북한주민여러분, 지난 설 명절은 편안히 지내셨습니까? 저는 지난 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매일 아침 워싱턴까지 직접 가는 비행기가 출발합니다.
저는 출발하던 날 광복70주년을 준비하는 회의가 있어, 대한항공으로 뉴욕으로 가는 저녁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하였습니다. 뉴욕에서 워싱턴까지 미국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하고 비행기 표를 구매하였습니다. 그런데 밤에 뉴욕공항에 도착해보니 연결 편 워싱턴행 비행기들이 다음 날까지 폭설을 이유로 다 취소된 상태였습니다. 천재지변이라는 이유로 항공사는 아무런 대책을 세워줄 수 없다고 미안하다는 얘기만 되풀이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는 길에도 뉴욕공항 활주로 폐쇄로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또 공항에서 거의 하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항공사는 이번에도 폭설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2년 전 몽골 출장길에도 왕복 편 모두 날씨로 결항되어 하루 늦게 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운항항공편이 많은 대규모 공항인 미국 뉴욕의 케네디공항의 일이라 불편함을 견뎌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올 5월 서울에서 열리게 될 '2015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세계시각장애인경기 대회는 세계 120여 개 회원국을 보유한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 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시각장애인들의 국제종합경기대회입니다. 1998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처음 열린 이후로 캐나다 몬트리올, 브라질 상파울루, 터키 안탈라야를 거쳐 이번 열리게 될 서울대회는 다섯 번째 경기대회가 될 것입니다. 조직위원회는 세계 시각장애인대회는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조성하고 나아가 비장애인과 하나 되는 사회를 이루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대회취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시각장애인경기대회는 육상, 체스, 축구, 곤볼, 유도, 역도, 쇼다운, 수영, 볼링 등 9개 종목에서 약 80여 개국 6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할 예정입니다. 북한의 참가소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북한 시각장애인 및 농아 등 12명으로 구성된 공연단이 영국 옥스퍼드에서 가야금연주와 무용공연 등을 선보였습니다. 영국의 지원단체 초청형식으로 진행된 공연은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파리에서도 열렸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압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북한이 장애인관련 해외교류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북한의 장애인 상황은 어느 국가 못지않게 심각하고 열악합니다. 또한 북한의 경우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국가 및 사회적인 차원의 배려는 매우 부족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인권보호차원에서 추구하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남한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보행자도로에는 특별한 표시를 해두고 있고, 건널목에서 신호도 들을 수 있는 신호음이나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뉴욕공항에서 몇 시간을 대기하면서 저는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 제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갑자기 '난민'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려보기도 하였습니다.
올 5월에 서울에서 열리는 시각장애인경기대회에 북한의 선수단이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미 북한은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한 경험이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아직 우리 남한사회가 풀어야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분야에서도 남북한 간의 협력이 구체화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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