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명절인 음력설입니다. 올 해는 기상이 넘치는 청마, 푸른 말의 해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남한에서는 추석과 더불어 음력설이 3일 간 휴일로 지정되어 있어서, 떨어져 살던 가족, 친지들이 모여서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설날에는 돌아가신 조상님들께 차례를 올리고 살아계신 어른들께는 세배를 드립니다.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설 명절의 기억은 특별합니다. 도시에 나가서 학교에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던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에 사는 친척 집에도 가족이 다 모이기 때문입니다.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나면, 친척들은 어른들께 드릴 떡국 상을 제 각기 정성껏 준비하여 차례로 세배를 다녔습니다. 설 명절에는 평소에는 먹지 못하던 한과를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셨기 때문에, 더욱 정겨운 시간이었습니다.
며칠씩 가족 친지들이 함께 나눌 음식을 만들고,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을 기다렸습니다. 물론 설날에 입을 옷과 어른들이 주시는 세배 돈도 있어 아이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명절이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친지를 만나러 고향으로 이동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이 자녀가 살고 있는 서울 등 도시로 오시는 경우도 늘고 있기는 합니다. 또한 긴 연휴를 맞아 가족단위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수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명절이면 서울은 비교적 한산합니다. 대신 춘절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명절이면 더욱 마음 아픈 사람들은 남북한 이산가족입니다. 남북한 분단과 전쟁으로 가족들의 생사도 알지 못하고 지난 60 여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왔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 가족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의 수는 129,264명입니다. 대다수가 70세 이상의 고령으로, 상봉신청자 중 57,176명이 가족들의 생사도 알지 못하고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1985년 북한이 남한 수해발생시 지원물자를 보냈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이루어졌습니다. 2000년 남북한 정상이 만나고, 6.15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2011년부터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이 지난 해 합의되었다가 연기된 바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올 들어 다시 당국 간에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인되었습니다.
2013년 남북적십자사간 이산가족 상봉 합의로 이미 상봉가족들의 명단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대상가족들은 더욱 큰 기대를 안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상봉이 확정된 분 중의 한 분은 그 동안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들이 고령이시라는 점에서 북한가족들에게 남길 영상편지를 제작하고, 또한 돌아가신 이후에 가족들이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유전자정보 보관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당국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보다 적극적인 방법들을 찾아야 합니다. 이미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한 이산가족들이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이미 상봉한 가족들이 아무 때나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가족의 생사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의 생사확인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곳에 있든지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영상으로라도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산가족들이 살아 계시는 동안 지난 60여년의 아픔을 덜어드려야 할 것입니다. 가족상봉희망은 설 명절에 무엇보다도 값진 선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