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종교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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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여러분, 설 명절은 잘 보내셨습니까?

이 번 설 명절이 주말과 겹쳐서 4일 간의 연휴라 많은 사람들이 가족·친지들과 정을 나누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이 번 설에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제가 다니는 사찰의 '촛불재'에 참여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한 자루의 초에 불을 밝혀 들고, '마음의 등불'을 켜고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촛불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 가지의 소원을 담아서 촛불을 밝힙니다. 깜깜한 어둠에서는 작은 촛불이라도 밝은 빛을 줍니다. 이와 같이 살면서 여러 가지 욕심과 집착으로 어두워지는 마음을 밝게 돌리겠다는 뜻입니다.

저는 불교신자입니다. 기독교에서 운영하는 중학교에 다니면서 교회에 다닌 적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종교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며, 매우 중요한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저는 남한에 온 북한주민들을 통한 인권조사를 하면서, 북한 내의 종교의 자유를 묻는 질문을 해 왔습니다. 직접 종교시설에 가 본 적이 있는지, 종교인을 본 적이 있는지, 종교 활동을 하다가 적발되어 처벌받는 사람을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조사합니다.

국제사회는 종교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매년 각 국의 종교의 자유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관들도 있습니다. 남한에 온 북한주민들은 대부분 북한에 살면서 종교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남한정부의 북한지원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여러 번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남한민간단체들과 함께 평양의 봉수교회 예배에도 가 본 적이 있고, 묘향산의 보현사에도 가서 부처님 전에 인사를 드린 적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북한 사회주의 헌법 제68조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 질서를 해치는데 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에서 실질적으로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지 못합니다.

중국에 나가서 기독교인을 접했던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혹시 성경을 소지하고 있다가 발각된 경우에도 심각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여러분, 종교는 무엇이라고 알고 계십니까? 성황당이라는 혁명연극에 나타난 것처럼 종교는 외세의 앞잡이, 아니면 미신과 같은 것일까요?

남한에서 종교는 거의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물론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신앙은 자유이기 때문에 억지로 특정종교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종교인들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우면서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종교의 가르침을 나누고 실천하려는 것입니다.

남한에서만 나눔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동남아 등 세계 곳곳에 가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도 서로 간의 이해를 높여가기 위한 노력들도 합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사람들이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은 자기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북한에서도, 사회주의 헌법에 보장된 '신앙의 자유'가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