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 ‘조선 익스체인지’가 북한에서 젊은 여성 관리인들을 위한 경영수업을 진행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난 2012년 가을 처음 개설된 ‘여성 경영’ 프로그램은 북한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소 규모의 상업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저는 한 2년 전 영국에서 열린 북한관련 회의에서 조선 익스체이지의
설립자인 제프리 시를 처음 만났습니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싱가포르 청년이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세계경제를 알려주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열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로 조선 익스체인지의 북한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난해에도 스위스 제네바
회의에 조선 익스체인지의 실무자를 초대하였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빈곤지역에서 대부분의 피해자가 여성과 아동이라는 점을 주목하여 왔습니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남성에 비해 낮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여성의 소득도 남성에 비해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성은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 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일하는 여성들의 경우에도 직장일과 가정 일을 둘 다 맡게 되기 때문에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최근 남한에서는 여성들의 출산율이 크게 낮아지고, 노인층의 인구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 축하 금을 지급하는 등 갖가지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남한 사회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일할 인구가 줄어들면서 산업연수생 등 외국인 노동자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한 정부는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직장을 그만두었던 여성들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북한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가요? 물론 집집마다 여건은 조금씩 다르시겠지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여성들이 가족들의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은 분명합니다. 기업소 등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 세대주들을 대신하여 장사 등을 하면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이 여성들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남한에 온 북한주민은 제게 북한에서 “여성은 자본주의로 가정 일을 하고, 남성은 사회주의로 국가 일을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우리의 유교식 전통에서 ‘장사’는 천하고 부끄러운 일이라 남성 세대주가 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분명히 작용하였을 겁니다. 저도 두 아이를 둔 ‘어머니’로서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 하지 않는 여성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가장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여성입니다.
그렇지만 가난을 이겨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층도 여성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들이 제대로 경제활동을 하도록 돕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유럽의 한 민간단체는 다른 지역에서 하던 것처럼 북한에서
여성들에게 소액의 돈을 빌려주고 그 돈으로 가축을 기르도록 돕는 일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조선 익스체인지도 북한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많으나 정작 경영수업을
받거나 해외연수의 기회가 적었던 점을 고려하여 ‘여성 경영’ 교육 사업을 추진한 것입니다. 기존 경제와 경영, 법률 교육 프로그램들은 북한 정부기관에서 온 남성들이 대부분 참여하였으나, ‘여성경영’에는 식당 등 서비스부문의 1백 명이 넘는 여성 관리인들이 다양한 경험들을 나누고 서방의 경영
방식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참가자중 성적 우수자들은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 외국에 나가 연수를 받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한에는 최근 들어 남편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여성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성공한 여성기업인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당한 직업인으로서 일하면서, 일자리에서나 가정에서 여성으로서 ‘차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전체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북한에서도 잘 살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 가는데 여성들이 큰 힘을 발휘하실 수 있도록 하는 여건들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남한의 여성들도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