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세계 여성의 날(국제부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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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은 제104회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국제부녀절'이라고 부르시지요? 서울에서는 여성계들이 모여서 문화공연과 함께 기념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도 새로운 김정순 여맹위원장이 보고대회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맹위원장은 '가화만사성'을 언급하면서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위해 사랑과 정을 다 바쳐" 혁명일꾼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남녀평등' 즉 '양성평등' 실현은 유엔을 중심으로 '여성권리가 곧 인권이다'는 인식에 근거하여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철폐하려는 국제사회의 공동 관심사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과 권리침해를 당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린 여자 아이들이 신부 감으로 거래되고,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앞세워 여성들의 활동을 여전히 제약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북한은 초기부터 '사회주의 남녀평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강조하여 왔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남녀평등'이 북한에서 얼마나 실현됐다고 생각하십니까?

남한의 경우,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 가족 부'를 두고 각 정부부처의 정책이 양성 평등적 시각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아졌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여성이 대학 진학 등 고등교육에서 소외되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분야에서 이제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오히려 교사를 키워내는 교육대학교 등 일부 분야에선 여학생보다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남학생을 '양성평등'의 차원에서 일정비율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남한 사법기관에서 일하는 '법 일군'도 여성의 비율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아직은 남성이 많지만 새로 임용되는 판사, 검사, 변호사에서 여성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남한 법정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는 모두 여성이고, 죄를 지은 범죄피의자만 남성인 경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합니다.

북한에서도 최근에 아들보다 딸을 좋아해서 "딸은 심장이고, 아들은 맹장이다"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아들을 선호하던 의식들이 남한에서도 바뀌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일과 가정에서 이중의 부담을 지는 여성들이 많은데요. 이런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어린이 보육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여성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의 '육아휴직'을 제도화하고 부인이 출산하면 남편에게도 3일간 출산 휴가를 주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남한에선 인구의 고령화와 저 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입니다.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하지 않는 독신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농촌 총각들은 결혼 상대자를 구하지 못해서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신부와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결혼이민자들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받고 남한 사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그렇지만 남한에서도 '혈통'을 중요시하던 유교적 풍습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를 가진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남한에서 '순수혈통, 단일민족'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배경을 지녔든, 남성이건 여성이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남한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들로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양성평등'이라는 차원에서, 아직도 남아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은 모든 사회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온 한 여성은 제게"북한에서 여맹원은 365일 군부대"라고 얘기하였습니다. 남성 세대주들이 기업소 등에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부양인 여성들은 노동력이 필요할 때 항시 동원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사도 하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아무런 보상도 없이 노력동원에 여성들을 불러내니 힘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남한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엔 등 국제회의에서 '전쟁 중 성폭력'의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끄러운 과거라고 덮어두려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일본 정부에 사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 여성들이 교류하였던 것처럼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에 남북의 여성들이 다시 연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