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통일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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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 주에는 제가 일하고 있는 직장인 통일연구원이 이전 하였습니다. 서울의 북쪽인 수유리에서 한강 남쪽인 강남 중심부에 새로 터를 잡게 되었습니다. 통일연구원은 1991년 4월에 남산에 설립된 통일 및 북한연구를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1994년 2월에 통일연구원에 입사하였습니다. 마침 이번 연구원 이전이 24주년 개원기념일과 겹쳐서 다음 주에는 기념 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사실 저는 대학원에서 북한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고, 국제 관계학을 전공하였습니다. 통일연구원에 들어와서 탈북자 문제, 이산가족, 납북자, 인도적 지원 등 인도주의 사안들을 연구하여 왔고, 1996년부터 북한인권 백서를 발간하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북한 및 통일관련 연구기관은 당시에는 많지 않았습니다. 통일연구원은 정부가 예산을 전적으로 부담하여 정부정책에 기초가 되는 연구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최근 남한사회에서 북한 및 통일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평화통일을 위한 기반 조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대별로 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남한 주민 대부분은 북한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도 여전히 북한 및 남북관계에 대한 소식이 가장 큰 관심을 끌게 됩니다.

북한 및 통일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정치학 등 사회과학전공자가 주도하던 북한 및 통일연구도 매우 다양한 학문분야로 확대되었습니다. 문학, 예술, 인류학, 교육학, 의학, 과학기술 등 거의 모든 학문분야에서 북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연구가 과거의 체제 중심보다는 이제는 주민들의 삶과 의식 등 일상과 관련된 사안에 연구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촌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편입됨에 따라 북한연구에 대한 관심도 한반도를 넘어서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등 정보혁명이 이루어지면서 북한 및 통일연구 결과도 실시간 으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북한 및 통일연구 환경이 완전히 변모된 것입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북한은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북한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닙니다. 물론 북한 내에서 발행되는 여러 발간물들이 이전보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입수됩니다.

예전에는 노동신문도 중국 등에 위치한 대행 업자를 통해 며칠이 걸려 입수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북한의 방송 및 언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습니다. 북한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자료를 공개할 경우에는 실시간으로 전세계에서 접속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경지역에서 손전화로 내부 소식을 전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해야 하는 것이 과제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주민들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있는 길은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남북한의 연구자들이 공통관심사를 바탕으로 같이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통문화재를 중심으로 이러한 시도들이 이미 이루어져왔습니다. 문화재의 발굴과 보존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광복 70주년인 올해를 계기로 통일연구가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화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