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의약품 안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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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여러분과 같이 안전한 의약품 관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처방에 따라 약국에 가서 약을 사서 먹게 됩니다. 물론 간단한 감기약이나 두통약 등은 의사의 처방 없이도 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요즘에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약국이 아닌 편의점도 비상약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신 북한은 무상 의료제도를 자랑해 왔습니다. 아픈 사람은 돈이 있든 없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호 담당의사 제도를 두고 예방의학차원의 보건관리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무상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여러분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난으로 의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병원도 환자를 제대로 치료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남한 민간단체가 북한에 지원한 사업장을 둘러보기 위해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평양 낙랑 섬김 병원 건설현장, 평양의대 어린이병원 준공식, 적십자병원, 평양 제2인민병원 등을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의사나 병원관계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약품이나 의료 기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제가 평양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이 2007년 11월로 남북 당국 간 관계가 나빠지기 전입니다. 2013년 당 창건일에 맞춰 평양에 구강병원과 아동병원이 준공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한에 온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병원에 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 하기 때문에 약품을 장마당이나 개인집에서 구입해서 사용한다고 전합니다. 장마당에서 UN약도 거래되지만 정통편 등 중국약품이 가장 많이 유통된다고 합니다. 이들 약품 중에는 가짜 약들도 있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위험한 약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의약품의 안전한 관리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개별 약품이 효과는 있지만, 두 개의 약품을 동시에 먹는 것이 매우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결핵으로 진단을 받으면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기초치료약을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결핵환자가 약을 먹다가 상태가 나아졌다고 중단할 경우 기초약품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이 생겨납니다. 이런 경우에는 비교적 값이 싼 1차 결핵 약품 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결핵균은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위험한 것입니다. 다제내성 결핵균에 접한 사람은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 결핵환자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결핵약은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오신 분들의 증언에 따르면 결핵 치료약인 이소니아 지드가 '밥맛 도는 약'으로 거래되는 가하면, 수술 후 뇌 압력을 낮추기 위해 쓰이는 만니톨 주사액이 두통치료제로 잘 못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얼음(빙두)이 뇌 혈전 치료를 위한 비상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합니다. 물론 이와 같이 약품을 잘못 사용하거나 정해진 양보다 많이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을 위해 매우 위험 합니다. 개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내성을 가진 병원균을 만들어 냄으로써 공공보건에도 큰 부담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약은 제대로 쓰면 생명을 살릴 수 있지만, 잘 못 쓰게 되면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필요한 약품이 제대로 공급되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안전한 의약품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