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1000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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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여러분, 지난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아이의 대학졸업식에 참석하고자 휴가를 내고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졸업식에서는 학장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고 총장이 직접 졸업장을 주면서 악수를 하였습니다. 대학생활 4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의식들이 다채롭게 진행되었습니다. 4년 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소외받은 사람들과 나누면서 졸업생들도 더욱 성장해 나가도록 격려하였습니다. 졸업생들의 출신국가를 표시하기 위해 전 세계 54개 국가의 깃발들이 걸려있었습니다.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대학의 노력들이 사회전체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1000일 계획’에 깊이 빠져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저희 연구원이 주관하는 회의가 예정되어 있고, 다음 주에도 비슷한 회의에서 발제를 하도록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북한에 ‘1000일 패키지 사업’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1000일 계획’에 대해서 들어보셨는지요?

1000일은 아이가 잉태된 시점인 출산 전 9개월부터 생후 24개월까지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2008년 세계적인 의학전문지인 영국 ‘란셋’은 이 1000일 기간의 영양부족이 아이의 신체적 성장뿐만 아니라 인지발달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들을 발표하였습니다. 따라서 임신·수유부 및 만 2세까지 영유아들의 영양개선사업은 단순히 건강관리차원뿐만 아니라 국가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도 훨씬 경제적인 것입니다.

남한 정부는 북한 임신부와 2세까지의 영유아의 영양 및 보건을 위한 1000일 패키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북한당국의 북한 임산부 및 영유아를 위한 영양 및 보건개선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저는 미국에서 대학원에 다니던 기간에 지난 주 졸업한 아이들을 출산하였습니다. 당시 유학생으로서 임신수유부인 저와 아이들에게 제공된 땅콩버터, 우유, 치즈, 분유 등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임신하면 지역에 있는 WIC 사무실에 가서 정기적으로 체중과 빈혈검사를 하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의 단백질 음식들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물론 아이들과 여성을 배려한 이러한 노력은 미국에서 아직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1000일 계획’은 이름은 다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각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2014년 필리핀도 영양개선사업에 참여를 결정하였고, 2011년 인도네시아도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당국가가 임산부와 영유아의 영양개선을 위한 의지를 갖고 참여하면, 국제사회의 다양한 기관들과 주체들이 돕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북한에서도 우리 정부가 제안한 ‘1000일 패키지 사업’이 실행되어 건강하고 행복한 한반도의 미래 세대들을 키워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