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6.25전쟁납북인사가족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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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UN의 날 서울에서는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주관하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들의 모임」이 후원하는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국제공조를 통한 민간인 납치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심포지움”에는 폴란드와 일본의 전문가들도 참여했습니다. 올해로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이 지났으나, 전쟁 중 북한군에 의하여 조직적으로 납치된 민간인, 즉 전시 납북자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생사확인, 가족들에 대한 피해 회복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0년 [전쟁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2013년 12월 말까지 피해가족들로부터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1953년 대한민국 통계연감에는 84,532명의 민간인들이 북한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사실이 담겨 있습니다. 국제회의에서 김태훈 변호사는, “전시납북은 북한이 정권차원에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사전계획에 의하여 광범위하고도 조직적·체계적으로 저지른 국제법상의 반인도범죄 및 전쟁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족협의회가 정리한 총 96,013명의 전시납북자들 실태에 관한 통계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전쟁시기에 필요한 인력 부족을 충당하기 위하여 사전에 계획적이고도 광범위하게 민간인들을 납치했습니다. 납치시기도 전쟁 직후인 1950년 7월부터 9월 사이에 집중되고, 납치 대상자는 사회활동계층인 10~30대 남성이 대부분입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대부분 전쟁 중 아버지와 형제의 납치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미 60여 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가족들도 70대 이상의 고령인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북한당국은 전시납북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생사라도 확인해 달라는 가족들의 외침을 외면하여 왔습니다.

가족회는 국제회의를 통해, 북한 정권에게 전시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상봉, 송환, 사망자의 유해송환 등 피해회복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가족회는 전시납북의 책임자들에 대한 국제형사처벌을 위해 국제형사재판소에 북한지도자인 김정은을 제소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법적대응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회는 현재 활동 중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전시납북자 문제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쟁 시기 민간인들을 납치한 행위는 명백한 전쟁범죄이며, 인도에 반하는 범죄입니다.

북한이 전시납북자에 대한 송환 요청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이러한 범법행위가 현재도 지속되는 계속범이기 때문에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김정은과 관련자들이 전시강제납북당시 범행자들의 상관이 아니었다하더라도, 이들은 현재 자행되고 있는 강제실종의 체포 사실, 인적사항, 생존여부 및 소재지 등에 대한 정보제공거부와 심각한 신체적자유의 박탈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의 책임자입니다.

남북대결상황에서 방치되어 온 전시납북자 문제 등 남북 간 인도적 사안은 분단을 넘어서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어 가기 위하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납북자문제는 피해가족들의 다수가 고령이라는 점에서 5-10년 이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단순히 명분상의 문제로 남아 의미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남북한 당국은 전시납북자 등 피해당사자와 가족들이 겪은 오랜 기간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주고 보편적 인권회복 차원에서 적극적인 해결노력을 만들어 나가야합니다. 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비극 속에서 방치되어 온 개인과 가족의 권리가 회복되도록 하여야 합니다. 북한은 가족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고, 최소한 전시납북자들의 생사확인만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