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자유로운 이동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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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초 북한은 대남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논평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정부가 북한주민을 '유인납치하고 인신매매'하는 등 '반공화국 모략책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 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남한의 통일부가 산하 재단을 통해 북한 주민의 '도강비'를 대주었다고 언급하면서, 동족간의 대결과 불신을 고취하는 인권유린에 가담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평통은 북한 주민들의 도강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2013년 9월까지 탈북하여 남한에 입국한 북한주민의 수는 25,649명 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매년 2,000명이 넘는 북한주민이 남한에 보호를 요청하여 입국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에는 단속이 강화되면서 입국자의 수가 1,502명으로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북한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는 이유는 매우 다양합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동구사회주의권이 붕괴하면서 북한으로 소환위험에 처한 해외 유학생 및 주재원, 러시아 벌목공 등 극소수의 독신남성들이 남한으로 입국하였습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은 탈북의 이유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래 지난 15년 간 탈북자의 규모도 크게 증가하였지만, 탈북을 택한 동기나 특성도 크게 변화되었습니다.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이 지속되자,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식량과 돈을 벌고자 국경을 건넜던 경우가 다수를 차지합니다. 탈북자의 대부분은 막연히 중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고, 그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한 장사밑천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고향을 떠나왔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이 국경을 건너 중국에서 경험한 생활은 냉혹한 것이었고, 북한으로의 강제송환 이후에 노동단련대나 교화소에서 겪게 되는 인권침해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탈북자들은 허가 없이 국경을 건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이하의 모욕과 처벌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북한 형사소송법 106조는 명확하게 임신한 경우에는 산전 3개월부터 산후 7개월까지 구류 구속처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 일반 범죄자에 대해서는 이러한 모성보호 규정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러나 형 집행정지 조항이 유독 탈북여성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임신한 상태로 강제 송환된 탈북여성들은 '중국인의 아이'라는 이유로 강제낙태를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정부는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북한주민이 북한을 벗어나서 대한민국에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특별한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신분불안으로 인권침해를 당하는 탈북자들이 보호를 요청하는 경우, 안전하게 남한으로 입국하도록 돕고 이들의 남한정착을 지원하는 것은 분명히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입니다.

유엔 등 국제인권기구들은 탈북자들의 심각한 인권침해상황에 대해서 우려를 보여 왔으며, 중국당국에게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지 않도록 촉구해 왔습니다. 지금 세계는 국경을 넘어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단기간 여행인 경우에는 특별한 허가증 없이 자국의 여권만으로 다른 나라에 갈 수 있습니다.

북한당국도 세계의 다른 국가들과 같이 북한주민들에게 자유로운 이동의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북한 내에서의 여행뿐만 아니라, 중국 등 외국으로의 왕래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합니다. 북한당국은 북한 주민들이 허가 없이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처벌을 가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