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 정권의 ‘뺨때리고 어르기’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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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해 벽두부터 북한정권의 파상적인 남북대화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월 1일 신년공동사설에서 대화와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5일에는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당국간 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요구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8일에 발표된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당국자 회담, 적십자 회담,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회담을 하자고 제의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각종 매체를 동원해 대화를 원하는 평화세력은 북한이고, 대화를 거부하는 대결세력은 남한이라는 선전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저의 논평을 통해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남한 정부와 국민은 결코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이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제의한 이후, 남한의 대북정책은 교류협력을 지향하는 대화정책이자 포용정책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남한의 국력이 북한보다 열세여서 물질적으로 많이 도와주진 못했지만 남한이 잘 살게 되면서 북한동포를 조금이라도 도우려고 애써왔고, 그 정신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파상적인 대화공세를 보면서 남한동포들은 환영보다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작년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대화를 재개해서 금강산·개성 문제를 논의하자는 북한정권의 속셈이 뻔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해서 피해를 준 다음 대화하자고 손을 내미는 것은 자기말대로 하라는 협박이지 결코 진정한 대화의 자세는 아닙니다. 그래서 남한정부는 북한당국의 대화제의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면서 천안함, 연평도, 그리고 핵개발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고 역제의 한 것입니다.

분단 이후 열리고 중단되기를 거듭한 남북대화의 교훈이 있다면 북한이 대화의 손짓을 할 때, 남한은 더욱 긴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겉으로는 대화를 한다면서 뒤에서는 칼을 가는 것이 북한정권의 생리이기 때문입니다. 김일성은 1948년 김구선생을 비롯한 남한인사들을 평양으로 초청해서 남북연석회의를 하면서, 뒤에서는 남침전쟁을 준비했습니다.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과 남북조절위원회회담을 하면서 휴전선에서 남침용 땅굴을 판 것도 김일성, 김정일이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는 말이 있습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뺨 때리고 어르기' 행태는 스스로 함정을 파는 비열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북한정권은 깨달아야 합니다. 세상에서 자기만이 제일 똑똑한 고단수라고 믿는 것처럼 바보가 없습니다.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올해는 과거 냉전시대의 잔꾀가 통하던 시절과는 다릅니다. 북한은 더 이상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얕은 수를 부리지 말고, 진정으로 민족의 장래를 논하는 회담에 응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의 핵포기, 북한 경제의 개방과 발전, 그리고 북한 사회의 개혁을 논의하는 회담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