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와 후진타오가 한반도의 긴장고조에 우려를 표명하고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대화재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남한은 2월 11일 남북군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을 가질 것과 6자회담에 앞서 남북간에 비핵화회담을 갖자고 제의했습니다. 따라서 올해에는 지난 2008년 이후 중단됐던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핵문제가 주요 국제문제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2011년 북핵문제의 핵심의제는 북한정권이 그동안 숨겨왔다가 작년 11월에 공개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역사는 북한정권의 사기와 기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데, 그 시작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3년 6월부터 시작된 북한과 미국간의 핵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때에 북한은 핵무기의 또 다른 원료인 고농축우라늄, 즉 HEU를 확보하려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의 핵활동 차단을 목표로 하는 북·미 협상이 타결될 경우에 대비해서 새로운 핵무기 개발 루트를 확보하려 한 것입니다.
북한의 상대는 파키스탄이었습니다. 1993년 12월 당시 파키스탄 총리였던 베네지아 부토가 평양을 방문해서 김일성과 회담하면서부터 북한과 파키스탄 사이의 긴밀한 비밀 협력이 가속화되었습니다. 두 나라의 거래는 북한이 노동미사일 개발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파키스탄은 HEU에 관련된 기술과 장비 및 돈을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국방위원회 위원인 전병호와 그의 사위인 윤호진이었습니다.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선생도 전병호로부터 파키스탄과의 협력에 관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그의 사위인 윤호진은 유럽을 무대로 필요한 기술과 물자를 밀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2002년 10월 부시 미국 대통령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해서 우라늄농축 문제를 제기하자 강석주가 "그 보다 더 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면서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강석주의 이 발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은 그동안 우라늄농축에 관련된 시설도 장비도 인력도 없다며 새빨간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그동안의 성과를 보란 듯이 공개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앞으로 북한에게 새로운 유엔안보리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정권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김정은의 과학기술 업적으로 선전하면서 후계구도 정착에 활용하려 할 것입니다.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플루토늄을 유산으로 물려주었듯이, 김정일은 김정은에게 고농축우라늄이란 선물을 주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결국 국제사회를 속이고 우리 민족의 안위를 위협하는 핵이라는 사실은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이 어떠한 정당성도 도덕성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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