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은 김정일의 69번째 생일날이었습니다. 북한정권은 이날을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이라고 칭송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축하공연이 벌어지고 중국 공안부장이 김정일을 만나는 등 많은 행사가 있은 모양입니다. 일부 지역에 3일치 쌀이 배급되고 유치원 어린이와 소학교 학생들이 사탕과자를 받았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어려운 형편에 이런 선물을 받은 북한 동포들의 마음이 어땠을 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년이면 김일성과 김정일이 태어난 지 각각 100년과 70년이 됩니다. 이들 두 김씨의 출생이 과연 우리 민족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북한에서는 이 두 사람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지만, 앞으로 우리 후세는 두 김씨의 탄생을 민족의 치욕으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젊은 시절 공산주의에 심취한 김일성이 방향을 잘못 잡은 북한 체제가 그의 아들 김정일에 의해 파탄이 났고, 그의 손자 김정은이 북한을 되살릴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입니다.
소련의 스탈린을 등에 업고 중국의 모택동에 기대어 6·25 남침전쟁을 일으킨 김일성, 패전의 책임을 물어 동료들을 제거한 후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한 김일성, 입으로는 인민을 내세우면서 정권유지에 혈안에 되어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준 독재의 전형이 바로 김일성입니다. 오로지 김씨 일가의 부와 권력을 위해서는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통이 그의 아들과 손자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 '3대가는 부자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자라 하더라도 아들에 이어 손자 대에까지 그 부가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격언입니다. 자기 손으로 피땀 흘려 부를 이룩한 1세대와 달리 2대, 3대로 가면서 부패하고 나태해져서 재산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지금 김정일의 큰 아들인 김정남은 중국과 마카오를 떠돌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카오의 고급 빌라 두 채에서 두 명의 부인을 데리고 산다고 합니다. 지난 14일에는 김정일의 차남이자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습니다. 에릭 클랩튼이라는 미국의 대중가수 공연을 관람하러 20여 명의 수행원들과 나타난 것입니다. 김정철은 스위스 유학시절부터 이 가수와 미국의 프로농구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서양의 대중음악은 이념과 종교를 떠나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남한의 대중음악도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대중음악을 즐기는 것은 젊음의 표상이자 특권이지만 북한의 대다수 젊은이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북한의 청년들이 젊음을 티 없이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와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 아니라 민족 최대의 치욕의 날이란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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