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 군부 오만 화 자초할 것

0:00 / 0:00

최근 남한의 일간지에는 북한의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미국의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자는 것과 김영춘이 사태를 이대로 놔두면 '핵 참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짤막하게 공개된 서신의 내용이지만 이번 기사는 북한 군부가 얼마나 상황을 오판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만방자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의 지시대로 겉으로는 핵무기를 만들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면서 뒤에서 핵무기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나선, 미국의 핵위협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바꿨고, 이제는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이니 남한은 끼어들 여지가 없고 북·미 담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실 지난 20년간 미국이 북한 핵을 포기시켜보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정부가 질질 끌려 다녔다는 비판을 할 정도로 가급적 협상을 통해서 북한을 설득하려고 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1993년 6월의 공동성명을 시작으로 제네바 기본합의문, 북·미 공동 코뮤니케, 9·19 공동성명 등 많은 합의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미국은 실망을 넘어서 좌절감을 갖게 되었고, 김정일을 설득해서 핵을 포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게이츠 국방장관이 "영변을 두 번 사지 않겠다"고 한 말은, 핵포기의 대가로 지원을 했다가 실패한 과거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결의가 담긴 발언입니다. 그런 미국이 북한의 군부와 '일 대 일'로 마주 앉아서 협상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김영춘의 '핵 참화' 발언도 예사롭게 흘려 넘길 말이 아닙니다. 그가 김정일 일가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명색이 북한 군부를 대표하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발언을 넘어서 남한을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협박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핵 참화' 운운했다는 것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얘기입니다. 과거 미국과 맞섰던 소련도 이런 식의 저질스럽고 호전적인 표현을 사용한 적은 없을 겁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김영춘의 발언은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만 냥 빚을 지는 발언입니다. 북한의 이런 행태는 겉으로는 웃음을 지으면서 엄살을 부리고 뒤에서 칼을 갈다가 갑자기 들이대는 시정잡배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만약 이 땅에서 참화가 일어난다면 참화를 당하는 쪽은 미국이나 남한이 아니라 참화를 일으키겠다고 협박하는 쪽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의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