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핵 어떻게 막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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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한 사회에서 핵문제를 둘러싸고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발단은 지난 2월 25일 국회의원들이 북한이 가진 핵무기에 대응해서 남한도 미국과의 협조 하에 전술핵무기를 한시적으로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남한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회에서 이런 의견이 나오기 전에도 남한 사회에서 남한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자체 개발하던가 아니면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들여와서 북한 핵에 대비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논의가 많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남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는다는 비핵정책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과 다른 논의가 벌어지는 것은 그만큼 북한정권을 설득해서 핵을 포기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좌절감 때문입니다.

북한 핵문제가 시작된 지 금년으로 22년째가 됩니다. 그 동안 남북회담, 북·미 양자회담, 4자회담, 6자회담 등 여러 형태의 회담을 해서 북한을 설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북한정권의 기만과 배신이었습니다. 북한은 대를 이어가며 국제사회를 속이고 핵개발을 지속해서 결국 성공했습니다. 보다 완성도가 높은 핵무기를 만들려고 3차 핵실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이 북한입니다.

남한은 20년이 넘게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남한에게 돌아온 것은 북한군의 소름끼치는 협박뿐입니다. 1994년 남북회담 당시 북한대표 박영수가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고 협박한 것은 지금의 핵 협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핵을 갖게 된 북한은 이제 '남한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민무력부장이 미국 국방장관에게 '핵 참화'가 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은 북한의 핵 협박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야 하고, 이제 그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과거 동서독의 통일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서독이 절대로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는 정책을 펴서 주변국을 안심시켰다는 것입니다. 통일해도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는 서독의 약속 덕택에 독일통일은 주변국의 지지를 받으며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서독의 안전을 지켜준 것은 서독에 주둔한 미군의 전술핵무기였습니다.

남한 역시 핵을 가지면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국제현실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장을 포기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과거에 주한미군이 배치했던 전술핵의 일부를 다시 들여와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 까지만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과거 서독의 예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지요.

북한 동포 여러분, 앞으로 남한에 미군 핵이 들어온다고 해도 그것은 북한 동포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북한 정권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남한의 어쩔 수 없는 자구책입니다. 물론 북한 정권은 남한과 미국을 비난하고 남북한 동포를 이간시키려고 하겠지만,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가 우리 모두의 꿈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