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31명의 북한 동포들이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표류해왔습니다. 과거에도 기상이 나쁘거나 기관고장 등의 이유로 남쪽으로 표류해 온 북한 배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남한 정부는 북한 동포들의 의사에 따라 문제를 처리해왔습니다. 이번에도 남한 당국은 사건을 단순 표류로 결론짓고, 선박은 돌려보내고 주민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서른 명이 넘는 주민들을 조사하다보니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한사정을 알게 된 4명의 동포들이 북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쪽에 남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는 남한 당국은 귀순의사를 밝힌 4명을 제외한 27명만 북으로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북한은 남측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전원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한 당국이 31명을 여기저기로 끌고 다니면서 회유와 기만을 일삼고 세뇌공작까지 벌였으며 이번 사태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주장하면서, 전원을 '어머니 조국'의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의 해법은 전적으로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인도주의는 무조건 31명 전원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사에 따라서 남쪽에 남고 싶은 사람은 남도록 하는 것입니다. 남한의 헌법상 북한 지역은 남한이 수복해야 할 영토이고 북한 주민은 남한의 국적을 갖습니다. 따라서 북한 동포가 남한에 머물고자 하면 그 뜻을 따르는 것이 남한의 책무입니다.
'어머니 조국'의 품으로 돌아가길 거부한 네 명의 경우, 북한 땅에 남겨질 가족 생각에 이분들의 마음도 아팠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남쪽을 선택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남한의 실상이 그분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남한에는 2만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난 1948년 9월 15일 최초의 탈북자가 생긴 이래 2007년에 만 명을 넘었고, 2010년에 2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북한으로 송금하는 돈이 연간 1,000만 달러에 달 한다고 합니다. 남한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이나 일해서 번 돈을 보내는 데, 중국과 북한의 브로커에게 30% 정도의 수수료를 떼고 남은 돈이 북한의 가족에게 전달된다는군요.
한 번에 전달되는 금액은 대체로 남한 돈 200∼300만원, 미화로는 2∼3,000 불이 채 안되는 정도라고 합니다. 북한의 가족들은 대부분 이 돈을 생계유지에 쓰고, 일부는 빚을 갚거나 장사밑천으로 삼는 경우도 있는데, 탈북자를 둔 북한가족은 이웃에 비해 사는 형편이 낫다고 합니다. 남한에 남기로 한 4명의 북한 동포도 아마 이런 점을 생각했을 겁니다. 가족과의 이별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북한으로 돌아가기보다 남한에 남는 것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지요. 이제 북한은 더 이상 '어머니 조국'이 아닌 것입니다. 남한의 주도로 통일된 나라가 우리 민족 전체의 '어머니 조국'이 될 것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