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불량정권에 대한 국제사회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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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을 징벌하는 결의안 1973호를 채택했습니다. 결의안에 따라 리비아 정부군은 전투기를 띄울 수 없고 군수품 수출입도 할 수 없습니다. 해외 용병들이 가다피를 돕기 위해 리비아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고, 가다피의 자식들과 그의 정권을 수호하는 핵심 인물들에 대해 해외자산 동결조치도 취해졌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유엔이 취할 수 있도록 승인한 것입니다. 결의안 채택 직후 미국, 프랑스, 영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리비아의 주요 군사시설과 지휘부를 공격해서 리비아 정부군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가디피의 최정예 군대를 지휘하던 그의 아들이 정부군 전투기의 자폭공격으로 숨졌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이번 리비아 사태는 한반도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특히 결의안 1973호는 북한 동포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주는 역사적인 문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국적군이 리비아 사태에 개입한 명분은 소위 "국민보호책임"(R2P)이라는 개념입니다. 특정 정권이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않거나 인권유린행위를 할 때, 그 정권을 대신해서 해당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나선다는 원칙입니다.

유엔이 국제분쟁에 개입한 최초의 사례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이었습니다. 당시 16개 참전국을 비롯해서 많은 나라들이 군사적, 물질적으로 남한을 지원해서 김일성의 남침을 막아냈습니다. 이후에도 유엔은 소위 '국제분쟁개입' 원칙에 의거해서 1991년 이라크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과 1995년 보스니아 전쟁 등에 참가했습니다. "국민보호책임" 원칙은 1994년 인종청소 범죄가 자행된 르완다 사태가 났을 때 '내정간섭'이라는 이유로 국제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서 2005년 유엔 세계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개념입니다.

북한 외무성은 3월 22일자 대변인 논평에서 리비아 사태에 대한 유엔의 군사개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북한 정권으로서는 핵개발로 인한 경제제재보다 이번 리비아 군사개입이 더 걱정될 것입니다. 독재정권이 '내정'이나 '주권'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하는 폭압정치를 보고만 있지 않고 개입해서 그 나라의 국민을 보호하고 독재자를 타도하겠다는 유엔의 의지가 관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유엔 결의안은 백성을 탄압하는 국가에게 주권은 없으며 그런 나라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립했습니다. 아울러 국민의 존엄과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는 비인간적 범죄를 저지른 독재정권은 무력으로 응징한다는 역사적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독재자의 만행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는 세계시민의 목소리에 겸허한 자세로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