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진실 호도하는 북 외무성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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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북한 외무성이 "조선반도와 핵"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을 발표했습니다. 김일성 때부터 시작되어 그의 아들 김정일이 완성한 핵개발을 합리화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자기변명으로 일관된 실망스런 문건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에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핵에 관련된 역사의 진실을 후세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북한 외무성 비망록의 문제점을 몇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비망록은 6‧25 전쟁기간 중에 미국의 원자탄 공갈 때문에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원자탄 피난민 행렬이 생겼다고 주장합니다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전쟁 중에 북한으로부터 많은 피난민들이 남쪽으로 넘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피난민들은 미국의 원자탄 위협 때문이 아니라 김일성 체제에서 살 수 없다고 일찌감치 판단했기 때문에 남으로 넘어 온 것입니다.

당시 소련의 사주를 받은 젊은 김일성과 그 집단이 소위 '무상계급과 공산주의'를 내세우며 약탈과 횡포를 일삼았기 때문에, 이미 1945년 분단 직후부터 서서히 남쪽으로의 피난행렬은 시작되었습니다. 피난민들은 '낯설고 물 설은' 남한 땅에 정착하느라 많은 고생을 했지만, 대부분 성공했고 지금 그 성공을 2대, 3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북한 출신 피난민들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북 출신들은 추운 날씨를 견디다 보니 생활력이 강한 것 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피난민들이 고향음식을 옛 맛 그대로 만들어 파는 큰 식당들은 3대째 가업을 잇는 집안이 많습니다. 일부 식당은 우리 교포들이 많이 사는 미국 땅에도 음식점을 개업하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에서 체결된 기본합의문을 파기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닙니다. 북한이 이 합의를 위반하면서 파키스탄과 비밀 핵개발을 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클린턴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북한의 위반을 모르는 체 했고, 부시는 문제를 제기했을 뿐입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의 위반을 눈감아 준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미국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오바마 행정부가 클린턴과 같은 민주당 정부이지만 북한에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과거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라는 점을 북한 지도부는 알아야 합니다.

비망록에서 북한은 앞으로 핵보유국으로서 국제 핵군축에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에 북한은 빼고 인도와 파키스탄을 초대한 것은 북핵폐기가 미국 정부의 목표라는 점을 확실하게 입증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대접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