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5월 3일부터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김정일은 단동을 거쳐 항구도시 대련과 천진을 돌아보고 북경에 들어가서 중국 지도부를 만났습니다. 대련에서는 경제기술개발지구를 돌아봤고, 천진에서는 보세구역과 항만을 둘러봤습니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입니다.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2000년 5월 북경을 방문했고, 2001년 1월에는 상해를 돌아보고 "상해가 상전벽해 되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2004년에는 북경을 거쳐 천진을 방문했고, 2006년에도 중국 중남부를 거쳐 북경을 방문했습니다.
이번 방중은 벌써 몇 달 전부터 그 가능성이 예견되어 왔었고, 서방 언론들은 압록강 철교가 바라보이는 위치에 카메라를 대놓고 김정일의 방중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그가 중국의 발전상을 직접 체험하고 하루빨리 개혁과 개방으로 나서길 기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북한정권은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면서 북한이 그렇게 발전하면 정권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 때마다 중국정부는 그의 방중 사실을 극비에 부치고 있습니다. 외국의 정상들이 방문할 때 갖는 의전행사나 공개연설도 없고, 중국 관리들이 김정일의 방중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습니다. 외국의 지도자로서 김정일이 방문국의 국민들을 향해 웃는 얼굴도, 손을 흔들고 인사하는 모습도 없습니다. 중국의 국가주석이 다른 나라를 방문해도 김정일처럼 비밀스런 행보를 할 수 없는 것이 요즘 국제사회의 현실이고 보면, 김정일은 정말로 구시대의 특이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가 무슨 생각에서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낙인찍힌 김정일에게 극진한 환대를 베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고 북한을 잃으면 동북 3성이 남한의 영향력에 들어간다는 걱정에서 일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김정일 감싸기에 여념이 없는 중국의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지도부는 알아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정권을 3대 대물림하면서 국제사회를 속이고 핵무기를 개발한 것도 모자라 다른 나라에 핵기술을 팔아먹은 북한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엔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고, 세계 최대의 인권유린 국가이자 마약, 위폐, 위조담배 등 범죄행위를 국가차원에서 저지르고 있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에 걸 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이 북한을 싸고도는 것은 중국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일 뿐 아니라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작금의 북‧중 관계야 말로 냉전의 유물이자 과거에 사로잡힌 잘못된 관계입니다. 사실 중국에서도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석에서 만난 양식있는 중국인들은 김정일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큰 고민거리라고 솔직하게 얘기합니다. 중국이 대북정책을 바꿔야 동북아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번 김정일의 방중이 그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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