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 위험한 핵 게임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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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로동신문은 북한의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핵융합 반응에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돌파구가 열렸고, 첨단과학기술 발전에 새 경지가 구축되었다고 로동신문은 선전했습니다. 핵융합이란 핵분열보다 훨씬 더 많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입니다. 핵분열이 원자탄을 만드는 데 사용된 반면에 핵융합은 원자탄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위력이 강한 수소탄을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입니다.

북한처럼 국가발전의 단계가 남한의 1960년대 초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나라에서 그야말로 첨단기술인 핵융합에 성공했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이 중국에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시원스럽게 밝히지 않았고, 남한의 군함을 폭파시킨 범인으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잠수함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나온 로동신문 보도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의 언론들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당과 정부의 통제를 받는 중국 언론의 논조는 곧 중국 지도부의 의사라고 보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중국의 언론들이 북한이 발표한 핵융합 기술은 전력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소폭탄을 만들기 위한 것이며, 현재 북한이 직면한 위기는 외세의 침입이 아니라 바로 핵무기 보유이고, 북한이 핵을 갖고 게임을 하면 할수록 위기는 더 커진다고 경고했습니다.

저 역시 북한이 핵융합 기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추가 핵실험을 하겠다는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봅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이 서구식의 현대화된 핵융합 기술을 보유하지는 못했겠지만, 앞으로 과거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큰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핵융합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핵탄두를 만들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과시하면서 핵 억지력을 부풀리려고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06년과 2009년에 실시된 핵실험은 각각 1킬로톤과 2킬로톤 정도의 소규모 핵실험이었습니다. 북한은 나름대로의 계산을 갖고 소규모 핵실험을 했겠지만, 서방세계로부터 북한의 핵능력이 별거 아니라는 반응이 나오자 파괴력을 대폭 늘린 추가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에 나온 핵융합 성공 보도는 차기 핵실험을 위한 정치적인 포석이자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 번 더 한다면, 중국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지지를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중국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두 번까지는 참지만 세 번을 당하게 되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유엔에서는 더 강력한 추가 제재결의안이 나올 것입니다. 북한이 국가로서 작동하는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초강력 제재가 발동될 것입니다. 이번에 중국 언론들이 북한에 대해서 핵 게임을 중단하고 북한체제와 인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라는 경고를 보낸 것은 바로 이런 위험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