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남아공에서 진행된 월드컵으로 전 세계가 흥분의 도가니입니다. 운동경기는 이념과 사상을 떠나서 사람과 사람이 진솔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과거 냉전시대에도 월드컵과 올림픽은 비교적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계속 개최되었었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경우에는 소위 '핑퐁 외교'를 통해서 탁구선수간의 교류를 시작으로 관계개선을 물꼬를 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남북한도 예외는 아니어서 간혹 올림픽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으로 입장하기도 했고, 단일팀을 구성해서 출전하자는 얘기가 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설혹 각자의 국기를 달고 다른 팀으로 출전을 하더라도 응원석에서는 서로를 응원하는 민족애를 보여주었고, 외국 현지의 교민들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며 도와주었습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남한은 처음으로 해외원정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습니다. 2002년 서울 월드컵 당시에는 홈경기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서 4강에까지 올랐지만, 해외경기에서 당당히 16강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이번에 예상을 깨고 선전을 해서 16강까지 올랐습니다.
북한 축구팀도 세계최강인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2 대 1'의 점수로 패하긴 했지만, 북한 팀의 우수한 경기력과 투지에 모두가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브라질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되던 포르투갈과의 2차전에서 북한은 '7 대 0'으로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경기를 생중계하던 북한 해설자가 나중에는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후 코트디부아르와의 3차전에서도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하다 '3 대 0'으로 지고 말았습니다.
국제사회의 많은 시민들이 이번에 북한 축구를 보면서 북한 체제의 허상을 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선군정치'와 '강성대국'을 외치며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면서 남한을 협박하는 북한정권은 마치 브라질과의 1차전에서 선전했던 북한 축구에 비유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게 강하고 위협적으로 보였던 북한 축구가 2차전, 3차전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하며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국제사회는 지금의 북한체제도 언젠가는 저런 운명을 맞이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축구'라는 북한사회의 아주 작은 부분을 통해서 북한체제 전체의 앞날을 진단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우리 속담에 '강한 것은 부러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강하되 부드러움을 잃지 말라며, '외유내강'이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겉으론 부드럽되 안으로 강해야 하다는 것입니다. 세계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이런 나라들입니다. 그러나 매우 불행하게도, 현재의 북한체제는 겉으론 강해보이지만 안으론 너무나 약한 그런 체제입니다. 지금 그 속에서 고통 받는 북한 동포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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