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 대학교의 박한식 교수가 7월 초 평양을 방문했다가 서울에 들러 여러 얘기를 했습니다. 박교수는 지금까지 50회 이상 북한을 방문한 인사로서 미국에서도 소위 '북한문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북한 정권의 입맛에 맞게 행동해서 북한을 다녀가는 몇 몇 미국 사람들 역시 북한문제 전문가로 행세하는 것이 요즘 세태인 것 같습니다. 북한과 같은 폐쇄체제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초청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북한 정권의 비위에 거슬리는 소리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박한식 교수 역시 남한에서는 북한정권에 우호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는 사람입니다. 남한의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북한정권의 도발임이 입증되던 시점에, 박교수는 미국의 CNN 방송에 나와 조사결과에 의문점이 있어 다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47명의 남한 장병이 사망한 공격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국제조사의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북한 당국이나 남한 내에서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세력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 박교수가 이번에는 서울을 방문해서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즉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면 준비과정을 거쳐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애기를 들었다는 식으로 북한 당국의 얘기를 전달한 것입니다. 그는 북한 정권이 남북관계가 천안함 사태 이전으로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박교수의 발언을 북한 당국이 남한 정부를 상대로 우회적으로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미끼를 던진 것으로 해석합니다. 쉽게 얘기해서, 김정일의 정상회담 장사가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은 많은 것을 챙겼습니다. 1차 정상회담의 대가로 5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손에 쥔 것은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퍼주기"라는 비판을 들어가면서까지 막대한 대북지원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원의 대부분이 김정일의 금고로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이 돈으로 북한 동포를 먹여 살린 것이 아니라 김정일 일가의 부귀영화 그리고 핵개발, 미사일 개발에 썼기 때문에 남한 사회에서 대북 퍼주기에 대한 비판이 그토록 강한 것입니다.
북한은 안보리 의장성명이 애매한 형태로 끝난 만큼, 이제 천안함 사태를 접고 다시 남북대화를 해보자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천안함을 기습공격해서 남한에게 피해는 입힌 반면에 안보리에서 범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은 피했으니 더 이상의 긴장은 원치 않는다는 식으로 통 큰 아량을 보이는 척 하면서 남한에게 대화의 미끼를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미끼의 목표는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한 동포의 삶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다시 김정일이 정상회담 장사를 시작하려는 것은 북한 정권을 유지하면서 3대 세습을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의 돈을 남한으로부터 끌어들이겠다는 술수일 뿐입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은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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