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연례행사 된 북 ‘큰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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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7월 하순은 장마철입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1년 강수량의 상당부분이 이 장마철에 쏟아져 내립니다. 이런 큰 비를 북한에서는 '큰물'이라고 하고, 남한에서는 '폭우'라고 말합니다. 요즘에는 기후온난화 문제로 세계적인 이상기온 현상이 발생하면서 언제 어디서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 지 예측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에도 많은 장맛비가 내린 모양입니다. 평안도, 황해도, 자강도, 함경도 등 북한 전역에 많은 폭우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사실 장마철만 되면 많은 남한 동포들은 북한 동포들의 안전을 걱정하게 됩니다. 남한의 경우에는 도로와 수로를 비롯해서 기반시설이 탄탄하기 때문에 웬만한 폭우에는 별 피해가 없고, 각종 첨단 기상장비를 동원해서 미리미리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통해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 아닙니까?

자연재해에 대비한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면 그 나라의 국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 나라 국민들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국력이 강하고 속이 탄탄한 나라일수록 자연재해를 잘 견디어 내고, 그런 나라의 국민일수록 덜 피해를 봅니다. 다시 말해서,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능력은 그 나라의 국력을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인 셈입니다.

북한의 경우 매년 장마철이 되면 방송매체에서 "큰물 피해" 얘기가 나옵니다. 자연재해는 모든 사람들이 직접 겪는 일이기 때문에 정권차원에서 북한 동포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전체 동포들이 뻔히 당하고 있는 피해를 숨길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또 미국의 위협을 탓하고 남한 보수정권의 대북정책을 탓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장마나 폭설과 같은 자연재해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움직이는 우주의 질서가 내는 시험문제와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난 수년 간 북한은 이 시험에서 계속 낙제점수를 받았습니다. 큰물로 인한 직접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민둥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가 논과 밭을 뒤엎어 농사를 망치게 합니다. 국가기반시설은 1960년대 초반 수준 그대로이니, 식량과 땔감을 구하기 위해 벌목을 하지 않는다 해도, 그때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큰물의 양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사정이 이러한 데,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니 세상이 웃을 일입니다. 전 세계 200여개 나라 가운데 가장 밑바닥을 맴도는 북한을 두고 누가 강한국가라고 말하겠습니까?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핵과 미사일이 지금 북한 동포들이 당하고 있는 "큰물 피해"를 막아줍니까?

북한방송에 따르면, 최근 김정일의 지시로 큰물에 고립되어 있던 68명의 근로자와 어린이 등 동포들이 구출되었다고 합니다. 사실여부는 알 수 없지만, 동포들이 생명을 구했다면 다행스런 일입니다. 남한에서 이 정도 수준의 일은 지역 소방서와 구조대에서 처리하는 일이긴 합니다. 이제 북한정권은 '선군정치'를 끝내고 '선민정치'를 해야 합니다. 군대를 우선하는 정치가 아니라 주민을 우선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선민정치가 북한 땅에 뿌리내려야만 북한 동포들이 매년 겪는 '큰물 피해'도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