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문제는 곧 북한정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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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관련해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소위 "북한문제"입니다. 이 용어는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이 비밀리에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북핵위기가 다시 고조되던 시점에 등장했습니다. 북한 핵문제가 하나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위폐제조, 마약밀매, 인권유린 등 북한정권이 자행하는 여러 문제들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취지에서, 이런 문제들을 통 털어 북한문제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북한문제"라는 단어의 등장은 국제사회가 북한이 진원지가 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갔습니다. 아울러 북한이란 나라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특정 국가가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는 상황에서는, 그 나라를 골칫거리라고 여길 뿐 호의적인 감정을 갖기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이즈음부터 북한, 이란, 이라크와 같은 골칫거리 나라들을 소위 "불량국가"라고 부르기 시작도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국제사회는 지난 수년 간 북한문제를 해결하는데 골몰하면서 최근에 하나의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북한문제는 현존하는 북한정권문제이며,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가 변하지 않는 한 해결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즉 북한정권이 변해야 북한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평범하면서도 명백한 진리를 찾아낸 것입니다. 이는 마치 '북한'이란 미로 속에서 헤매던 국제사회가 마침내 그 미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단서를 찾은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인식을 토대로 국제사회가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북한정권의 핵심 엘리트를 겨냥한 경제제재였습니다. 북한 지도부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그들의 자금줄을 면도날처럼 도려내려는 고도의 경제제재는 2006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한 자금동결 조치를 통해 선을 보였습니다. 당시 북핵협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최대 약점을 잡았다고 평하기도 했었습니다.

소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별적인 경제제재가 유엔차원에서 선을 보인 것이 바로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채택된 안보리결의안 1718호입니다. 이 결의안에서 유엔회원국들은 북한에게 '사치품'을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정했습니다. 고가의 승용차, 시계, 의류, 양주 등 김정일이 사치를 누리고 충성을 유도하면서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물질적 자산의 공급을 끊겠다는 것이 유엔의 목표였습니다.

북한이 남한의 천안함을 기습 공격한 이후 북한 정권에 대한 '선택과 집중'의 경제제재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7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최초의 한·미 양국간 외교국방장관 공동회담에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정권을 목표로 한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의지와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제재가 북한주민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바야흐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지금의 북한정권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도탄에 빠진 북한주민을 구해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