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북한의 박의춘 외상이 미얀마를 방문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즉 ARF 회의에 참석한 후 미얀마를 들른 것입니다. 미얀마와 북한은 지난 1983년 국교를 단절했습니다. 그해 미얀마를 공식 방문했던 남한 대통령 일행에 대해 북한에서 파견된 공작원들이 폭탄 테러를 감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얀마의 국립묘지를 참배하던 남한 고위관료 여러 명이 현장에서 즉사했습니다. 미얀마 정부는 도주하던 북한 테러범들을 체포했고, 북한의 소행임을 밝혀낸 후 북한과 국교 단절을 선언했습니다. 북한정권은 지금도 이 사건과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천안함을 공격하고 나서 관련이 없다고 생떼를 쓰는 것과 똑 같은 행태입니다.
국교 단절 24년만인 지난 2007년 미얀마와 북한은 외교관계를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박의춘 외상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한 북한 고위인사입니다. 국제사회는 박의춘의 미얀마 방문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그 이유는 미얀마와 북한 사이에 크게 하나의 같은 점과 하나의 다른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같은 점은 두 나라 모두 21세기의 시류에 맞지 않게 소수 독재정권이 다수의 주민들을 억압하면서 긴밀한 군사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 언론들은 이번 방문에서 박의춘이 미얀마의 고위 군관계자들과 만난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양국사이에 비밀 핵무기 개발 협력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북한은 핵물질과 기술을 리비아와 시리아에 팔아먹었고, 최근에는 이란과의 비밀 협력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핵기술 확산국가인 북한과 미얀마의 군사독재정권 사이의 결탁이 아시아의 평화는 물론 국제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미얀마와 북한의 큰 차이점은 독재정권이라곤 해도 미얀마에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씨앗이 뿌려져 자라나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미얀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권과 민주주의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가 있습니다. 올해 65세인 수지 여사는 미얀마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독재정권에 항거한 공로를 인정받아서 지난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지금 가택연금 상태에서 대외활동도 외국여행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그녀를 없애버리고 싶겠지만, 국제사회의 눈이 무서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방 선진국 고위관료들은 미얀마를 방문할 때마다 수지 여사를 면담하고 있고, 유엔사무총장도 수지여사의 가택연금 해제를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 전체가 그녀의 안위에 관심을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얀마와 달리, 북한은 수지여사와 같은 민주지도자가 등장하지 못할 정도로 내부 상황이 열악합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이 지나면 그 얼어붙었던 땅에서 파란 새싹이 돋아나듯이, 조만간 북한에서도 수지여사와 같은 민주지도자가 출현할 것으로 저는 믿고 있습니다. 대다수 북한 동포들이 국제정세에 눈을 뜨고 그들의 생각이 서서히 바뀌면서 북한사회 전체가 봄날에 눈 녹듯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 민족의 평화로운 통일의 여건도 무르익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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