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김정은도 세습 멍에 못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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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개최된 당대표자회는 김정일이 그의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책봉식과 같았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 정권은 당의 모든 요직을 김씨 집안의 친인척과 이들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채우고, 김정은의 권력 장악을 돕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정은의 얼굴도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이제 북한은 전 세계에서 최초로 3대 세습을 하는 나라로 기록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이나 중국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3대 세습이 북한 땅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3대 세습을 비웃고 있습니다. 남한의 모든 국민들도 북한의 한심한 현실을 개탄하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는 봉건 왕조와 다를 바 없으며, 앞으로는 '김씨 왕조'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공산주의 사회건설'을 삭제한 것을 두고서, 북한 지도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당 규약에서 이 문구가 빠진 이유는 공산주의의 이념과 전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3대 세습을 이루기 위해서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권력 장악에 성공할 지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많은 전문가들이 반신반의합니다. 3대 세습 자체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무모한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나이 30도 안된 김정은이 과연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품성과 역량을 갖췄는가도 문제입니다. 이번에 김씨 일가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하면서 소외된 세력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의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입니다.

아마도 김정은의 발목을 잡을 가장 큰 장애물은 아버지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습이야말로 북한사회의 변화와 개혁,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에게 정권을 받았고 김일성의 유훈을 기반으로 정권을 유지했습니다.

경제난에 봉착한 김정일도 중국식 개혁과 개방을 왜 생각하지 못했겠습니까? 그러나 개혁·개방을 하자면 과거와 현재의 문제점을 인정해야 하고, 그러자면 자기 정권의 기반인 김일성의 유산을 뜯어고쳐야 하는 데, 그렇게 되면 정권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등소평이 모택동의 업적을 일부 부정하면서 개혁을 한 것은 그 자신이 모택동으로부터 고초를 당했던 인물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잘못된 유산의 토대위에 세워진 김정은 정권에게는 세습의 굴레가 이중으로 들씌워져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김정은 하에서의 북한 역시 미래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북한은 정권이 변해야 사회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세습을 통해 권력을 쉽게 잡았지만 결국에는 그 세습이 그에게 멍에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