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할로윈 ‘김정일 의상’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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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 31일 미국에서는 할로윈 축제가 열립니다. 할로윈은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하기 전에 영국, 아일랜드, 북부 프랑스에 걸쳐 살던 켈트 족이 시작한 전통행사였습니다. 당시 새해가 11월 1일에 시작한다고 믿었던 이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에 죽은 사람의 영혼이나 마녀가 나타난다고 생각했고,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이상한 가면을 쓰거나 옷을 입고, 모닥불을 피웠다고 합니다.

미국에는 유럽에서 이민을 간 아일랜드 사람들이 이 전통을 소개했고, 1831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할로윈 축제가 열립니다. 축제날에는 사람들이 괴물처럼 보이는 이상한 분장을 하고 밤거리를 돌아다닙니다. 귀신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귀신이 봐도 깜짝 놀랄 모습의 괴상한 가면이나 의상을 입는 겁니다. 제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해골 모습이나 흡혈귀 드라큐라의 모습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매년 할로윈 축제 때 등장하는 의상을 보면 그 시대의 세태를 잘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면에서건 나쁜 면에서건 사회에 충격을 준 사람의 모습을 빙자한 의상이 등장하곤 합니다.

올해 할로윈 축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의상들이 남한의 신문에도 소개되었습니다. 멕시코 만에서 석유를 시추하다 부주의로 최악의 자연재앙을 일으킨 영국 정유회사 사장의 기름범벅이 된 옷, 유명 여자가수의 선정적인 의상, 인기 만화영화의 주인공 로봇의 옷 등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등장한 것이 북한 김정일의 인민복 의상입니다. 곱슬머리에 두꺼운 테의 안경을 끼고 오른손을 들고 있는 김정일의 모습이 귀신을 쫒는 서양 전통축제의 도구로 등장한 것입니다. 김정일 의상은 인터넷을 통해 50달러 정도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서양 사람들이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자 인민군 최고사령관을 흉내 낸 모습을 하고 할로윈 축제날 거리를 돌아다니며 파티를 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북한 정권에게는 도저히 있을 수도 없는 충격적인 일이겠지요. 북한 동포들과 우리 민족 전체에게도 참으로 창피하고 망신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가 북한 정권을 바라보는 인식이라는 점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지구촌의 사람들에게 비친 김정일의 모습은 귀신 쫒는 축제에 사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 꼭두각시일 뿐인 것입니다.

북한은 입만 열면 남한을 미국의 "괴뢰"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말 사전을 보면, 괴뢰란 꼭두각시라는 뜻인데, 즉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남한과 3대 세습을 인정받으려고 중국을 들락거리는 북한 가운데 어느 쪽이 진짜 꼭두각시일까요? 입만 열면 주체사상을 말하고 강성대국을 떠들지만, 동포들의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자식에게 정권을 물려주려고 중국에 매달리는 김정일이야 말로 귀신 쫒는 축제에나 써먹을 꼭두각시라는 것이 서양 사람들의 인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