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순 남한 제2의 도시인 부산 앞바다에서 PSI, 즉 "확산방지구상" 훈련이 개최되었습니다. PSI는 북한에서 "전파방지구상"이라고도 하는 데, 핵·화학·세균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을 말합니다. 테러집단이 대량살상무기를 손에 넣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지난 2003년에 시작되었고, 그 취지에 동감하는 나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현재 100여개 나라가 가입해있습니다.
PSI의 적용범위는 해상, 육상과 공중을 포괄합니다. 대량살상무기와 기술이 테러집단이나 문제국가로 흘러들어가는 모든 경로를 입체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PSI의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항공기는 공항에서 선박은 해상에서 불시에 검문·검색을 하고 압수하는 등 소위, 차단조치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PSI가 특정한 나라를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야말로 PSI의 첫 번째 목표라는 사실에 이견이 없습니다. 북한은 파키스탄으로부터 고농축우라늄 기술을 들여왔을 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와 기술을 중동지역으로 확산한 대표적인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PSI를 통해 북한의 확산활동이 차단된 사례도 여러 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9년 12월 북한제 무기 35톤을 싣고 평양을 출발해서 태국에 들른 그루지야 국적의 화물기를 태국 당국이 억류하고 모든 화물을 압수·폐기한 바 있습니다. 작년 7월에는 10대의 컨테이너에 북한제 무기를 실은 호주선적의 화물선이 이란으로 향하다 중동의 한 항구에서 화물을 몰수당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PSI는 국제법적으로 보장받는 대북제재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가 채택한 제재결의안 1874호에 따르면, 대량살상무기 뿐 아니라 모든 무기와 군수물자를 싣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선박에 대한 차단과 검색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결의안을 통해서 대북한 차단활동의 범위는 PSI 본래 취지보다 훨씬 확대되었고 그 정당성도 높아졌습니다.
북한은 줄곧 PSI가 선전포고이고 대북 봉쇄라고 반발하면서 남한이 PSI에 참여하면 전쟁이 날 것이라고 협박해왔습니다. 전쟁이란 공포분위기를 조성해서 남한 여론과 정부를 흔들려고 한 것입니다. 남한 사회 일각에서도 북한 정권을 편드는 사람들이 'PSI는 곧 전쟁'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현상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특히 심했고, 남한사회의 갈등을 부추겼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그토록 PSI를 반대한 이유는 결국 돈과 권력 때문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PSI가 무기수출 길을 차단하면 외화벌이의 길이 막힐 것이고 그러면 결국 권력유지에 필요한 돈줄이 막힐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국제적인 제재 와중에도 북한이 중동과 미얀마에 핵기술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에 공개된 유엔안보리의 조사결론입니다. 남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무기수출회사인 청송연합이 연간 1억~1억 5천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고, 최근에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이 회사를 빼앗았다고 합니다. 돈 줄을 서로 차지하려고 권력투쟁까지 벌이는 북한의 현실이 PSI에 그토록 반대하는 진짜 이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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