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력 생산을 위해 전기출력 100MW 규모의 중소형 경수로를 건설한다고 합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고 6자회담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경수로 건설'이라는 소식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전기출력 100MW라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함경도 신포에 건설하던 경수로의 1/10 규모인 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몇 곳에서 중소형 경수로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지리적인 여건과 전력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대형 경수로보다 중소형이 더 적합한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선진화된 중소형 경수로를 개발해서 원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제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중동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기 시작한 남한도 이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살아생전에 얘기한 "핵무기를 만들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비핵화 유훈을 앞세운 채, 겉으로는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을 한다면서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들었습니다. 1994년에 체결된 제네바 기본합의에서 신포에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한 것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 결코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는 북한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권력승계 문제를 고려할 때, 북한 당국은 경수로 건설을 '자립적 민족경제와 주체의 과학기술'이 구현된 표상이자 권력승계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경수로 건설을 김정은의 치적으로 부각시키면서 권력승계를 공고히 하려는 듯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능력과 여건을 고려할 때, 자력으로 경수로를 건설한다는 것이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북한 경제가 군수공업에 중점을 두어 왜곡되면서 지금과 같은 인민들의 생활고를 초했듯이, 원자력 산업 역시 상당히 왜곡되어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이라는 군사목적을 달성하는데 자원을 투자하다보니, 민수용 원자력 분야에서 북한의 능력은 매우 열악한 상태입니다.
북한에게는 중소형 경수로를 지을 기술도 돈도 없다는 것이 국제 과학기술계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북한 땅에 있는 유일한 원자로인 영변의 흑연감속로는 그 원리도 다르고 사용하는 핵연료도 다릅니다. 중소형 경수로 한 기를 짓는 데 현재 시가로 5억에서 10억 달러를 호가합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경수로를 자력으로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할 근거를 만드는 데 절치부심하고 있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경수로 건설을 하나의 비책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핵무기 제조를 목적으로 구축된 기반시설로 경수로를 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줄 나라도 없습니다. 군사위주의 정책, 즉 무력으로 정권을 지키고 통일을 쟁취하겠다는 생각이야말로 북한 정권의 태생적 한계이자 오늘날 북한 동포들이 겪는 비극의 씨앗이며, 북한산 경수로가 허황된 꿈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진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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