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아‧태 시대의 외톨이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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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동아시아의 가장 큰 사건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입니다. 지난 12일 일본 방문으로 시작된 그의 순방은 싱가포르, 중국을 거쳐 19일 남한의 서울을 방문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해서 미국이 아시아와 태평양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있은 후 새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기에 손님을 맞이하는 국가들은 모두 각별한 예의를 표시했습니다. 중국에서는 권력서열 6위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직접 공항에 나와 오바마 대통령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요즘 국제사회에서 잘 쓰는 유행어 가운데 'G 2'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 서방의 선진국 일곱 나라를 지칭하던 'G 7'을 본 따서 만든 말인데, 중국과 미국 두 나라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 버금가는 국가로 성장하는 현실을 반영해서 앞으로의 국제질서는 미‧중 양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은 21세기 국제질서의 중심이 유럽과 대서양에서부터 아시아와 태평양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을 말해줍니다. 'G 2'라는 말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무게중심의 이동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부상으로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지위를 빼앗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남한 역시 중국기업들이 여러 방면에서 남한을 추월하며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에 우려하면서 경제도약을 위한 활로를 찾기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남북통일은 남과 북 모두에게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남북한이 통일되면 경제적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남한의 높은 기술과 북한의 근면하고 성실한 노동력이 합쳐지고, 남북한 인구를 합해 8천만 정도가 되면, 내수시장도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물론 수출도 증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남북통일의 경제적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전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외톨이 신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웬만한 국가지도자들을 다 만나고 가는데, 항상 북한은 빠져있는 현실을 보면 같은 민족으로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런 처지에 빠진 원인이 외부의 압력이나 방해가 아니라 북한 지도부가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입니다. 북한 정권은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서 미국과 남한의 위협을 들고 있지만, 이런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는 역사가 증명하고 국제사회가 보증하고 있습니다.

이번 아시아 순방길에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도 핵을 포기한 북한을 도와서 국민소득을 1인당 3천불로 올려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핵을 포기하면 다들 나서서 도와주겠다는 데 왜 북한 정권은 핵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그들이 정말로 북한 주민의 삶과 목숨을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핵을 갖고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외톨이 신세를 면하는 그날이 와야 북한주민도 잘 살고 우리민족의 미래도 열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