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시리아와 북한 사이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대통령 아사드와 북한의 김정일은 모두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부자세습 독재체제인 두 나라는 외교는 물론 군사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시리아는 이란과 함께 북한 무기 수출의 주요 고객이기도 합니다.
특히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무기 개발 협력은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6자회담이 한 창 진행중이던 시기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눈을 속여 가며 5MWe 원자로의 개량형을 시리아에 건설했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이스라엘이 2007년 9월 기습공격으로 건설현장을 폭파해버렸고, 당시 현장에서 상당수의 북한 기술진이 사망한 바 있습니다. 시리아 원자로 수출 사건은 북한 정권의 분별없는 무모함을 전 세계에 알린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초 독일의 저명한 슈피겔지가 북한과 시리아 간에 화학무기 거래가 있었다는 주목할 만한 보도를 했습니다. 슈피겔지는 시리아 원자로 폭격 사건을 다룬 특집기사에서 북한이 시리아의 핵과 중거리미사일 개발을 도운 것뿐만 아니라 사린가스와 같은 화학무기 개발도 지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최근 들어 북한과 시리아의 관계에 금이 갈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아사드 대통령은 리비아의 지도자 가디피처럼 과거에 핵개발을 했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고백하고 정상국가로 거듭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몇 년 전에 가디피가 핵과 화학무기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고 관련 시설을 국제기구에 개방해서 모든 의혹을 말끔하게 씻은 적이 있습니다. 가디피의 핵포기 결정은 평화적인 비핵화의 모범사례로 인정되고 있고, 가디피 본인도 김정일에게 더 이상 핵에 집착하지 말고 개혁과 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라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시리아의 아사드 역시 그물망처럼 촘촘히 엮여 있는 국제사회에서 핵을 개발하면서 정권을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깨닫고, 국제사회에 동참하고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을 선택하려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나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이들 나라와의 핵개발 협력 사실은 공개하지 않은 채 시리아가 단독으로 핵개발을 추진했었다고 발표하는 형식을 고려중이고, 이런 의향을 북한에 알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시리아에 고위대표단을 보내 시리아의 결정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합니다.
시리아의 아사드 조차 변화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현실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북한만 21세기의 도도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길을 가고 있으며, 그 고통은 고스란히 북한 동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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