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남한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남한 정부가 북한 주민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조문의 범위를 제한한 것을 두고 대역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습니다. 국방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와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고, 민족의 대국상 앞에 저지른 만고대죄를 끝까지 계산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일을 세계가 공인하는 위대한 영도자이자 걸출한 위인이고, 북한을 한품에 안아 키운 자애로운 어버이라고 선전합니다. 그런 분의 사망이니 어찌 민족의 대국상이 아니며, 그런 분의 영전에 조의를 표하지 않으니 어찌 대역죄가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이런 설명을 보면, 북한이란 나라가 세계와 얼마나 동떨어진 고립되고 외로운 나라인가를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저는 오늘 논평에서 김정일 사망에 대한 해외의 시각을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북한과 외교관계도 많이 맺고 있는 유럽의 시각을 소개하는 것이 보다 객관적이고 북한에서도 받아들이기 편할 듯해서, 영국에서 발간되는 세계적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의 일면 머리기사를 요약해서 가감 없이 다음과 같이 전달해드립니다.
"북한 독재체제의 희생자들과 정의감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김정일의 자연사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김정일이 지금까지 저지른 죄과에 대해 심판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을 수용소로 만들었고, 현대의 어느 독재자보다 많은 고통과 빈곤을 초래했으며, 캄보디아의 폴 포트를 제외하고 자국민을 가장 많이 죽게 만들었다."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는 병적으로 무관심했지만 그 자신의 생활은 호사스러웠다. 꼬냑과 치즈, 생선초밥을 즐겼고, 핵 도발을 통해 국제사회를 조종하며 대가를 챙겼다. 남한의 민항기를 폭파하고, 영화감독을 납치해서 영화를 만들도록 했으며, 자신의 아들을 통해 3대 세습을 실현했다. 그러나 북한도 변화를 피할 수는 없다. '고난의 행군' 시절의 대기근으로 정권의 정당성이 약해졌고, 장마당이 자력으로 생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착되었으며, 남한의 문화가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이제 중국이 북한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통일된 한반도가 분단되고 불안정한 북한에 비해 중국에게도 훨씬 이익이다. 김씨 일가는 영원할 수 없다. 중국, 미국, 일본, 남한이 북한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대화를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 뿐 아니라 지금까지 억압 받아온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이 글은 "지구상에서 가장 나쁜 정권의 교체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계획해서 실현해야 할 일"이라며 끝을 맺었습니다. 어느 구석에서도 김정일 사망에 대한 연민의 정을 손톱만큼도 느껴볼 수 없는 글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경제신문도 김정은을 2012년에 물러나야 할 지도자 일곱 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습니다. 북한 정권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이 이렇게 엄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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