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동북아 평화 해치는 주범은 북한

0:00 / 0:00

최근 북한 외무성의 군축평화연구소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교란시킨 책임이 남한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군축평화연구소는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진 저명한 기관입니다.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이자 대외협력의 창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중요한 국제회의에서 이 연구소 출신 학자들이 북한의 입장을 열정적으로 대변하고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주장하는 바가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논평에서 군축평화연구소의 보고서에 담긴 잘못된 주장을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합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북한 동포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우리민족의 평화로운 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북한이 소위 '6·15 시대'를 신성불가침의 성역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타당치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6·15 시대를 상징하는 6·15 공동선언은 한 쪽짜리 합의서에 불과합니다. 이 선언의 핵심은 남과 북의 통일방안에 유사성이 있다는 정치적 합의인데, 체제대결로 시작된 남북분단 상황에서 가장 까다로운 정치적 통합문제를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6·15 선언의 결정적인 흠결입니다.

남과 북이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6·15 선언보다 10년 앞서서 김일성 주석 살아생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본합의서는 예민한 정치적 문제를 깊이 다루기보다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 사회문화 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강조한 남북분단사의 일대 장전입니다. 사실 기본합의서만 제대로 이행했다면 남과 북은 벌써 사실상의 통일과정에 들어섰을 겁니다. 남한의 역대 대통령들이 북한에 대해 기본합의서 이행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김정일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대면서 이행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군축평화연구소의 보고서는 남한이 북한의 제도를 먹어치우는 흡수통일을 하려한다고 비난하지만, 물과 불처럼 두 개의 서로 다른 체제가 대립하는 상황은 모두 우수한 체제에 의한 통일로 귀결되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그리고 남한 주도의 통일은 북한을 먹어치우는 흡수통일이 아니라 남북이 힘을 합쳐 하나로 나아가는 남북 상생의 통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한반도 통일은 조용히 우리 민족의 강성대국을 실현하고 있는 남한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대의 대세이자 세계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보고서는 남한 정부가 미국을 동북아에 끌어들여 대규모 군사행동을 하도록 했다고 합니다만,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듯이, 1949년도에 철수했던 미군이 한반도에 다시 들어와서 지금까지 있는 것은 김일성이 일으킨 남침전쟁과 김일성 부자의 대남 군사도발 때문입니다. 보고서의 내용 중에 한 가지 동의할 수 있는 것은 '민족내부가 복잡해지면 반드시 외세가 개입한다'는 부분입니다. 6·25 남침 전쟁으로 중국과 미국이 개입했고, 요즘 북한이 혼란스러우니 중국의 입김이 더 세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정말로 6·25 전쟁처럼 '먹고 먹히는 식'의 통일이 아니라 남북이 기본합의서를 토대로 민족 전체가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상생의 통일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