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변화하는 버마와 꿈쩍 않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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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얀마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건설적인 변화의 바람이 국제사회의 관심거리입니다. 작년 3월 군복을 벗고 민간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떼인 세인'은 반정부인사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협력하면서 미얀마 사회 구석구석에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금년 2월 최초로 미얀마 정부의 예산과 부채규모를 자세하게 공개했고, 4월에 치러질 의회 중간선거에 유엔인권위원회의 참관단을 받아들여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과거 군사정부에서 가택에 연금되어 있던 아웅산 수치 여사의 정치활동 재개도 허용했고, 새로운 언론법을 제정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대폭 확대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철옹성처럼 움직이지 않던 미얀마가 큰 폭의 변화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과연 뭘까요? 그간 미얀마 군부의 철권통치가 지구상의 어느 독재정권 못지않았기 때문에 작금의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기심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변화의 가장 중요한 동기는 경제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됩니다. 미얀마는 자원은 많지만 나라전체가 독재와 부패, 인권유린으로 찌들었고, 그 와중에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거의 단절 되다시피 했습니다.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한 데, 그 전제조건이 바로 변화와 개방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미얀마와 북한이 처한 상황은 대동소이합니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중국의 도움으로 극복해나가고 있고, 지도자들이 작년에 중동을 휩쓴 시민혁명의 불길이 번질 것을 걱정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다만 북한과 달리 미얀마는 세상이 놀랄 정도로 빠르고 조용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새로운 지도자인 '떼인 세인'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품과 권력배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성실하고 정이 많으며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합니다. 군인출신으로서 무뚝뚝하고 호전적일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합리적이며 개혁적인 성향이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과거 미얀마 정부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나라들로부터 많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지도자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는 사실, 바로 이점이 미얀마와 북한이 크게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미얀마의 지도자가 같은 군 출신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것은 세습정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라를 위한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군의 선배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일이라고 해도,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특히 동양의 유교사회에서는 배은망덕한 일입니다. 세습이 북한정권의 멍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