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이란의 대표적인 명절인 '누르즈'를 맞아 이란 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누르즈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명절로서 과거 페르시아 영향권에 있었던 사람들의 큰 명절이라고 합니다. 오마바의 연설 가운데 북한과도 관련있는 재미있는 표현이 있어 오늘 논평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바마는 이란 정부가 위성신호에 장애를 일으켜서 TV와 라디오 전파를 차단하고 인터넷을 검열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와 손 전화까지 감시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규제가 더 심해서 이란 국민들이 해외는 물론 국내의 지인들과 의사소통하는 데도 많은 불편을 겪는다고 합니다. 오바마는 사상과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차단하는 이란 정부의 방해공작을 '전자커튼'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창밖을 가리는 일반 커튼에 비유해서 TV, 라디오, 손 전화 등 외부정보에 접할 수 있는 길을 막는 행위를 '전자커튼'을 치는 것에 비유한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열망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이란 국민들이 알기를 바란다면서, 이란 국민들과 미국 사이에 가로놓인 '전자커튼'을 걷어 내기 위해 '가상 대사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상 대사관'이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미국의 대사관이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 TV, 라디오 등 전파매체를 동원해서 이란의 보통 사람들과 미국 사이에 다리를 놓겠다는 겁니다.
저는 이란의 '전자커튼' 얘기를 들으면서 북한을 생각했고, 씁쓸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란의 형편이 북한보다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전자커튼' 정도가 아니라 '전자철벽'이 북한 전체를 철옹성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해야 맞습니다. 북한 동포들이 외부세계의 소식에 접할 수 있는 모든 싹을 잘라 온 북한 정권의 행태 때문입니다. 컴퓨터를 구경도 할 수 없는 북한의 일반 동포들이 인터넷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TV와 라디오도 남한 방송을 보고 듣지 못하도록 해놓았고, 몰래 보다가 걸리면 처벌을 받습니다. 손 전화 역시 북한 권력층과 특권층의 소유물이지 일반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북한의 손 전화 가입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지만 이들은 대개 북한을 움직이는 권력자와 재력가, 그들의 주변인물일 겁니다.
반면에 남한의 인터넷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컴퓨터 역시 각 가정마다 보급되어 있고, 웬만한 사람은 휴대용 컴퓨터를 들고 다닙니다. 뉴스도 발달해서 북한에 관한 소식을 남한 매체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접합니다. 흔히 우리가 '개인의 알 권리'라고 하는 정보의 흐름면에서 남한 사회는 그야말로 대명천지입니다. 핵개발과 대통령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된 이란인데, 그런 나라보다 못한 북한을 보면서 하루라도 빨리 통일을 이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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