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켜나가는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전원회의 보고에서 김정은은 전쟁억지력을 포기했다가 침략을 당한 발칸반도와 중동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경제·핵무력 건설의 병진은 ‘조성된 정세의 필수적 요구’라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경제와 핵무력의 병진노선을 내외적으로 위기에 봉착한 김정은 정권이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고육지책이라고 봅니다. 김일성 시대의 경제·군사력 병진노선을 외형적으로 답습하면서 김정일 시대의 선군을 그대로 살려 조합한 정책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성입니다.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행은 말로는 그럴 듯한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남한에서 자주 쓰는 한자성어에 ‘연목구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무위에서 물고기를 찾는다는 뜻으로 되지도 않을 일에 헛애를 쓸 때 사용합니다. 김정은의 병진노선은 말 그대로 연목구어이자 사막의 신기루와 같습니다.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해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북한의 파행적 행태를 두눈 부릅뜨고 주시하는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핵보유의 불가피성을 세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지지자를 끌어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세상물정을 모르는 탁상공론입니다. 유엔안보리의 경제제재는 세계의 민심을 대변해서 북한정권에게 내린 체벌의 채찍입니다. 전 세계에서 북한 편을 들어줄 나라는 다 망해가는 시리아와 핵개발 꼼수를 부리는 이란 정도에 불과합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외자유치와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북한처럼 가진 게 없는 나라에서는 외부의 돈이 들어가야 경제개발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돈 줄을 거의 끊어 놓은 상태입니다. 핵·미사일 개발에 쓰일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금융지원이 중단되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번만 더 한다면 국제사회는 아마도 개성공단마저 중단해야 한다고 남한정부에 요구할 것입니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현금줄을 끊어야 한다면서 말이지요.
지금 상황이 이렇습니다. 북한 정권의 행태를 주시하는 국제사회의 눈초리가 이렇게 매섭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병진노선은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봉착할 것입니다. 북한당국의 앞에 놓인 길은 핵을 포기하고 경제를 발전시킬 것인지 아니면 핵에 집착하다가 주저앉을 것이지 양자택일의 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