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하순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는 남북한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북한정권을 성토하는 마당이 되었습니다. 남한은 핵안보가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정상회의에서 북핵문제를 거론할 계획이 없었습니다. 외국 손님들을 초대해놓고 우리문제만 제기하는 것이 예의에 맞지도 않고 국제관례에도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북한 지도부 역시 전 세계 53개국의 정상과 대표가 모인 자리가 자기들을 성토하는 마당이 되는 것을 원치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상회의 전에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이 서울방문을 앞둔 각국 대표들의 비상한 관심을 유발했고, 그 결과는 이들이 서울에 도착하기 전부터 북한의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고 핵·미사일 개발 포기를 촉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중에 열린 다양한 양자 정상회담에서도 북한문제가 주요 의제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북한정권이 자행하는 제반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조해서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입니다. 남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외교적 성과를 거둔 셈입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공세는 오히려 남한을 도와주었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비난과 협박, 장거리미사일 발사 선언 등에도 불구하고 핵안보정상회의가 사소한 문제도 없이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사실은 그동안 남한 경제의 족쇄로 작용해 온 소위, '한반도 위험요인'을 없애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즉 북한과의 군사적인 대치상태로 인해서 남한 경제가 취약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이번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크게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GDP의 94%를 차지하는 국가의 정상과 대표가 모인 회의인 만큼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57개 국가와 국제기구의 대표들에게 남한과 북한을 극명하게 비교해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6대 원자력강국으로서 단일 국제회의로는 최대 규모의 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남한과 현대사에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을 실현하고 국제사회와의 모든 약속을 저버리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현격한 격차와 괴리가 이번 회의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오마바 대통령이 3월 25일 군사분계선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유와 번영의 견지에서 남북한만큼 분명하고 극명하게 대비되는 곳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다른 정상과 대표들도 전적으로 동의했을 겁니다. 이들은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고 남북한 간의 현격한 격차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남과 북 가운데 어느 쪽이 한반도의 통일을 주도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얻었습니다. 각국 대표들에게 각인된 남북한의 비교상은 앞으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분명히 남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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