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하원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플로리다 출신의 여성의원인 일레나 로스레티넌 하원외교위원장이 대표로 발의한 법안의 명칭은 '북한 제재와 외교적 승인 금지 법'입니다. 이 법안은 고 황장엽 비서에 대한 암살 시도,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등을 테러와 도발로 규정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다시 지정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저는 이 법안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은 물론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새벽 산책중에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박왕자씨 사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민간인 테러 사건이고, 2009년 북한 당국에 의해 136일 동안 무단 구금됐다 풀려난 현대아산의 유성진씨 사건도 테러에 버금가는 인권유린 행위입니다.
이런 사건들이 쌓이고 쌓여서 미국의 의회가 정부에게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제재를 한 층 강화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2008년 10월 부시 행정부의 테러지원국 해제 결정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에 쫒기 듯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것은 '조건만 맞으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북한 정권의 감언이설에 속았기 때문입니다. 전임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놀아난 것이라며 비판했던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에 클린턴과 비슷한 길을 걸으며 내린 결정이 바로 테러지원국 해제였습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에 지정된 것은 1983년 10월 9일 버마의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남한 대통령과 방문단에 대한 테러를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 공작원들이 설치한 폭발물이 터져서 남한 사람 17명과 버마인 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버마와 북한간의 외교관계까지 끊겼지만 최근에 버마 군사정권이 다시 관계를 복원하고, 핵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도닐런이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2년간의 북·미 관계를 회고하면서 "우리는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닳고 닳은 방식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새로운 각오로 북한과 협상을 통해서 핵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북한이 대남 공격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무모한 도발을 자행해서 스스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끊었다는 것입니다.
도닐런의 이 말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는 좌절감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앞으로 2년이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대내외의 산적한 문제에 직면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의회에서까지 북한에 대해 강한 채찍을 들 것을 주문하는 상황이니 오바마 행정부의 운신의 폭은 더 줄어들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무모한 도발은 자충수일 뿐이고, 자기 발등을 자기가 스스로 찍는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