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이 개성공단을 폐쇄했습니다. 지난 4월 3일 남에서 북으로 들어가는 인원과 물자를 차단한 북한 당국은 닷새 뒤인 8일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켰습니다. 공단을 마비시키고 문을 닫아 건 것입니다. 이로써 개성공단은 가동 8년 4개월 만에 완전히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로 여겨져 왔습니다. 아무리 관계가 나빠도 개성공단만은 살려두자는 것이 적어도 김정일 시대까지 남과 북의 묵계였습니다. 김정일이 살아생전 그렇게 남한 정부를 헐뜯으면서도 개성공단은 건들지 않았고, 남한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이버 테러 등 각종 도발을 감수하면서도 개성공단만은 지켜왔습니다.
북한 정권이 개성공단에 집착한 것은 물론 돈 때문일 것입니다. 매년 9천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노동자들의 월급 명목으로 거둬들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 돈이 노동자의 수중에 쥐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개성공단이 북한 정권의 ‘현금 젖소’라는 말도 생겼답니다. 남한 역시 개성공단을 통해 들어간 현금이 핵개발, 미사일개발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공단에서 일하는 5만 3천여 명의 북한 동포와 그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안보위협을 감수하면서도 공단을 유지해왔던 것입니다.
남북관계의 상징이자 관계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였던 개성공단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것입니다.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는 세계의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잘못된 결정입니다.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아는 북한 정권이 왜 이런 결정을 하는지 저로서도 알 길이 없습니다. 세상의 어느 기업이 어느 나라가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공단을 이유도 없이 폐쇄해버리는 나라에 투자를 하겠습니까?
지금 개성공단에 입주한 남한의 기업들은 대부분 신규투자를 생각지도 않는 것은 물론 공장을 다른 장소로 옮길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공단에 입주한 기업들도 나오는 판인데 어느 기업이 새로이 투자를 하겠습니까? 유엔제재로 가뜩이나 돈줄이 막힌 북한의 경제상황에서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만약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해서 남한기업에 고통을 주고 고통을 받은 기업들이 정부를 비판하도록 해서 남한사회를 흔들려고 한다면 이 역시 남한을 너무 모르는 구태의연한 냉전시대의 사고입니다. 고리타분한 선전선동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정도로 남한은 크고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