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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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4월 15일은 김일성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북한은 그의 생일을 기념해서 큰 축제 판을 벌이고 있지만 한민족의 입장에서 볼 때, 김일성의 탄생은 결코 축하할 일도 기뻐할 일도 아닙니다. 반만년 민족사에서 가장 큰 비극인 6·25 남침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김일성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들과 손자가 지금도 북녘 땅을 철권통치하면서 2천 5백만 북한동포를 기아에 허덕이게 만든 것 역시 김일성의 죄과입니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3대 세습을 굳히는 호기로 삼은 북한은 김정은의 측근들을 당과 군의 전면에 배치하는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자신은 당 제1비서라는 새로운 직책으로 당권을 장악했습니다.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모시고, 김정은은 제1비서이자 최고사령관의 직책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에 앞서, 북한은 김정일에게 김일성훈장과 김일성상을 수여했습니다.

북한은 참으로 선전과 구호가 난무하는 세상입니다. 북한 상층부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현란한 말의 성찬이라는 것 말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북한군의 옷에 주렁주렁 매달린 온갖 모양의 훈장을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거추장스러운 훈장들을 왜 그렇게 달고 다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지경이지요.

김일성의 100회 생일잔치도 말잔치에 불과할 뿐 실속은 없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그동안 꼭꼭 숨겨놨던 식량을 좀 여유있게 풀 수는 있겠지만 오늘의 북한 현실이 강성대국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북한 동포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경제발전이 도저히 안될 것 같으니까 더욱 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인공위성이라는 게 지금 북한의 형편상 말이 됩니까? 북한동포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아득한 데 말입니다.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고 발사하는 데 보통 8.5억불이 든다고 하는 데, 이 돈이면 옥수수 250만 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합의에서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24만 톤의 식량을 10년간 조달할 수 있는 돈이지요.

형편이 어려워도 정권이 나라살림을 잘 하면 장래의 희망이라도 있지만 그렇지도 못합니다. 북한은 훨씬 가난한 나라보다 더 많은 식량을 구걸하는 처지에 있지요. 2010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543불이고, 네팔과 르완다가 1,210불, 1,150불인데, 세계식량기구의 연간 지원규모는 각각 19.5, 2.9 그리고 1.2만 톤이다. 국민소득은 더 많은 데 외부의 지원에 더 의존하는 것은 특권층이 부를 독점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나랏돈을 퍼붓기 때문입니다.

인공위성 발사도 북한군 장교의 군복에 주렁주렁 매달린 훈장처럼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은 없는 일이고, 김일성의 백회 생일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우리 속담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