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서는 '북한의 이동통신'을 주제로 큰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동통신이란 말 그대로 이동하면서 다른 사람과 통신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이동통신 수단이 남한에서 '핸드폰'이라고 부르는 '손 전화'입니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손 전화를 들고 다니는 북한 사람이 45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북한동포 50명 중에 거의 한 명꼴로 손 전화를 갖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손 전화를 이용하는 대다수는 아마 특권층이겠지만 북·중 국경을 넘나들며 장사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손 전화를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손 전화와 함께 대표적인 이동통신 수단으로 꼽히는 것이 인터넷입니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극소수만이 책상위에 놓인 큰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독재체제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입니다. 북한의 경우 컴퓨터가 많지도 않고, 인터넷도 다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 동포들이 인터넷을 접하기란 극히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손 전화로 인터넷까지 할 수 있는 세상이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오늘 저의 논평에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소위 '인터넷 혁명'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새로운 컴퓨터의 발달이 우리 민족이 웅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입니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우선 인터넷은 자원이 없고 땅이 작은 한반도 같은 데서도 크게 일으킬 수 있는 산업입니다. 관건은 좋은 인재인데, 우리 민족의 우수성은 세계가 다 알고 있지요. 그 다음으로 한글의 우수성입니다. 자음과 모음의 배합으로 이뤄진 한글은 컴퓨터 자판기에 가장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글입니다. 우리 글자의 아름다움도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섬세한 손길입니다. 손 전화나 컴퓨터 자판기를 잘 두드리려면 작고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데 우리 민족은 그걸 갖췄습니다. 전 세계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은 많아도 쇠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은 우리뿐입니다.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 쇠 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올릴 수 있는 섬세함을 갖춘 민족입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컴퓨터 시대를 과거 기마민족이던 우리 조상들이 말을 타고 광활한 중원대륙을 달리던 시대와 비유합니다. 이제는 말 대신에 컴퓨터가, 말이 달리던 길 대신에 인터넷 망이라는 것이 다를 뿐, 빠르고 진취적으로 달리는 우리의 기상이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 정권이 컴퓨터 산업을 육성하는 것에 대해 저는 찬성합니다. 우리 민족의 슬기와 예지를 더욱 빛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컴퓨터를 통한 정보산업은 개방과 개혁이 선행되어야 제대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북한 정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문을 닫아거는 것이 아니라 문을 열어 제치는 것이 컴퓨터와 정보산업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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