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한 당국이 개성공단의 남한 근로자를 모두 귀환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공단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던 근로자들에 대한 식료품과 의약품 제공마저 거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귀환을 결정한 것입니다. 남한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 4월 29일자 노동신문은 남측의 추태는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결과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북한이야 말로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추태를 부리고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성공단 사태가 오늘에 이르게 된 과정을 돌이켜 볼 때, 문제의 발단도 확대도 모두 원인 제공자는 바로 북한 당국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 3월 27일 개성공단의 남북간 군 통신선을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끊어버렸고, 사흘 뒤에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최고 존엄을 훼손할 경우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그리고 4월 3일 남측 인원의 개성공단 진입을 막으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 것입니다.
개성공단이 착공한 지 10년, 가동을 시작한 지 8년 5개월 동안 남북관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지되었던 것은 남북 양측 간에 하나의 묵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묵계란 서로 합의문에 서명하거나 구두로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이심전심으로 만들어진 공감대를 말하는 데, 그 공감대는 개성공단을 남북간의 정치·군사적인 사안과 연관 짓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남한 새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서, 한·미 군사훈련을 훼방 놓기 위해서, ‘최고존엄 훼손’이란 말도 않되는 구실로 남한에 시비를 걸기 위해서, 그리고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들에게 기압을 주고 대내결속을 다지기 위해서 개성공단을 이용하면서 오늘의 파국적인 사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남한 근로자들이 개성공단에서 귀환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물건 하나라도 더 갖고 나오려고 마치 피난민처럼 짐 보따리를 승용차 지붕위에까지 가득 실은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모습을 지켜본 세계의 어느 기업이 북한에 투자를 하겠느냐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너무도 예측불가능하다면서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지 않으면 북한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추태를 부리는 쪽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이 자명해졌습니다. 제 발등을 제가 찍는다는 우리 속담도 그대로 적용되는 현실입니다. 최근 김정은 부부 일행이 개업을 앞둔 해당화관을 시찰하는 모습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아마 남한의 백화점 같은 곳인 모양인데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많더군요. 하루라도 빨리 북한동포들이 마음 놓고 해당화관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물론 북한당국이 제 발등 제가 찍는 추태를 그만두어야만 가능한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