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국제전범 재판 받는 독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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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전 대통령인 찰스 테일러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테일러는 이웃나라 시에라리온의 반군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다이아몬드를 챙기는 등 악행을 저질러 온 독재자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은 이미 6명의 반군지도자들에게 25년 이상의 형을 살도록 했고, 이번에 테일러에게 전쟁범죄 및 반인륜범죄 혐의를 적용해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로서 테일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열린 뉘렌버그 법정에서 처벌된 나치 독일의 칼 도니치 이후 국제법정에서 처벌된 최초의 국가 지도자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여러 지도자들이 줄줄이 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지난 13년 간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국가지도자는 모두 다섯 명입니다. 오마르 알바시어 수단 대통령은 30만 명을 학살하고 270만 명을 떠돌게 만든 반인륜, 범죄 행위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인종청소로 유명한 밀로세비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4년 동안 헤이그에서 재판을 받다 2005년 옥중에서 사망했습니다. 리비아의 가다피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된 지 넉 달 만에 리비아 국민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코트 디브아르의 로렌 배그보 대통령은 작년 11월 헤이그로 이송·구금되었고 오는 6월 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차드의 독재자 이센 아브리어는 22년 간 세네갈로 망명해서 국제사법망을 피했지만 그를 돌봐주던 세네갈 대통령이 최근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그 역시 국제재판대에 서는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기본권을 짓밟고 학살과 폭력을 일삼는 소위 반인륜범죄는 공소시효도 없고 연장자에 대한 예우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죄를 저지른 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또 당사자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반드시 재판대에 세운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지구상의 독재자들이 국제재판소의 판결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북한 지도부의 앞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련군 대위 계급장을 단 김일성이 스탈린의 명령을 받고 1945년 원산으로 들어와 북한을 접수한 후 오늘날까지 김일성 일가가 자행한 행동이야말로 반인륜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해방 이후 토지개혁을 명분으로 한 재산몰수, 지주계층 학대, 6·25 전쟁과 양민 학살, 북한 동포들에 대한 폭정과 독재, 대남 협박과 도발 등 정권을 키우고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모든 행동이 반민족적, 반인륜적 범죄행위 그 자체입니다.

최근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 전역에 산재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비인간적인 생활을 강요당하는 15만에서 20만에 이르는 우리 동포들, 경제난과 폭정을 피해 중국으로 넘어와 갖은 고초를 겪고 있는 수 십 만에 이르는 우리 동포들, 북한정권의 반대로 헤어진 가족조차 마음껏 만나지 못하는 남과 북의 수 십 만 이산가족들, 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북한정권을 반드시 국제형사재판소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세계시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움직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