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북한 각지의 사찰에서 불기 2556년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조국통일기원법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과 각 사찰의 승려, 신도들이 법회에 참석했다고 하는군요. 저는 이 소식을 듣고 과연 지금 북한 땅에 불교가 존재하는지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불교신자인 제 스스로 내린 결론은 북한의 불교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 불교라는 것입니다.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일 뿐, 진정한 불교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사상을 강조하는 북한의 특성상 북한과 불교는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산주의 자체가 종교를 해독으로 간주할 뿐 아니라 불교의 정신 역시 북한식의 세습 독재체제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교주인 석가모니 부처님은 2556년 전에 인도 북부의 작은 나라의 왕자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부귀영화가 보장된 왕의 자리를 박차고 고행의 길로 나아가 깨달음을 얻은 선각자입니다. 석가모니는 인도의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를 혁파해야 한다고 설파하면서 만인평등과 박애주의를 인도 전역에 전파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인간 개개인이 모두 부처님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귀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그런 사실을 먼저 깨달아서 선각자인 것이며, 그가 48년 동안 인도 전역을 돌면서 펼친 가르침의 요지는 여러분 모두가 귀한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만이 한 개인과 전체 사회가 영원히 갈등으로부터 해방되고 진정한 평화의 세계를 맞이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북한에 진정한 불교가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남북이 분단되면서 북쪽에 머물던 대부분의 승려들이 남한으로 피난을 나왔기 때문입니다. 앞날에 대한 예지력을 지닌 고승들이 앞으로 북한 땅에서는 당분간 불교가 꽃필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알고 제자들을 남한으로 대피시킨 일화는 남한 불교계에 많이 있습니다. 사실 남한의 많은 불교 신도와 승려들이 북한 지역의 명승고찰을 그리워합니다. 불교역사에 이름을 남긴 거목들이 거처 간 명승고찰이 북한 전역에 많기 때문이지요. 금강산 신계사 같은 경우에는 금강산 관광을 계기로 남한 조계종에서 복원사업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북한의 조국통일기원법회가 남북공동선언의 기치 밑에 남한 정권을 쓸어버리겠다는 발원문을 봉독했다고 합니다만, 불교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런 식의 얘기는 할 수가 없습니다. 불교는 상대방을 증오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가르칩니다.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벌레와 같은 미물을 죽이는 것도 금지하는 살생금지의 계율을 지키는 불교집안에서 상대방을 쓸어버리겠다는 말은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겁니다. 신성해야 할 종교가 이런 식으로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