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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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7월이면 중국 공산당이 창당한지 90년이 됩니다. 지금 중국에서는 공산당 창당을 기념하는 드라마와 방송을 일제히 방영하면서 사회적으로 붉은 물결이 넘실거린다고 합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모택동의 장남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비롯해서 붉은 드라마만 해도 60여 편에 이릅니다. 일선학교에서는 엄선된 붉은 노래 100곡을 집중적으로 교육한다고 하는군요. 경제적으로 개방된 중국 사회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공산당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선전선동은 공산당 식으로 하는 모양입니다.

공산당은 '평등'을 기본 개념으로 합니다. 사람에게는 차별이 없으니 함께 생산해서 평등하게 골고루 나눠 갖자는 것이 공산당 식의 평등입니다. 모택동 시대에는 평등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눠가질 것이 마땅치 않았던 당시의 중국 현실도 큰 몫을 했을 거구요. 그러나 중국이 개혁·개방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공산당의 이념과 상충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극심한 빈부격차와 지역간 소득차이로 인해서 평등의 이념이 무색해지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소득수준 상하위 각각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소득격차는 1985년에 2.9배였다가 2005년에 9.2배로 높아졌고 2007년에는 23배로 뛰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중국의 부자들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서 23배나 더 잘 산다는 얘깁니다. 최근 남부 광동성에서는 농사를 짓다 도시로 올라와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형편없는 대우에 불만을 품고 시내에서 대규모 시위를 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공산주의에서 얘기하는 '평등'에 길들여졌던 중국의 보통사람들이 사는 게 차이가 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남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한 겁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의 이익을 챙겨야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기 시작한 겁니다.

북한이 자주와 주체를 외치고 공산주의에 덧칠을 많이 했지만 본래 공산주의는 소련에서 들여온 외제입니다.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나고 소련체제가 무너지면서 대다수 공산당이 해체되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경제만 개방하는 기이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고, 북한의 노동당이 존재하는 정도입니다. 북한 노동당은 중국 공산당에 비해서 앞뒤가 더 콱 막히고 발전과 변화를 할 기색도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등소평의 결단으로 적어도 경제적으로 중국 인민들을 배불리 먹게 했다는 찬사는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득격차에 불만을 갖거나 부당한 대우에 시위로 맞서는 것은 행복한 고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노동당 치하의 북한에서는 이런 행복한 고민조차 해 볼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북한이 불행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