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가 지난 6월 24일자 시론에서 남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조선신보는 조총련 신문이라는 성격에 걸맞게 해외에서 북한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나팔수 역할을 합니다. 이번 시론은 북한이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를 비판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선전매체의 글이 항상 그렇듯이, 조선신보의 시론도 사실을 북한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거나 거짓 내용을 사실로 포장하곤 합니다. 이런 행태는 남북관계의 건전하고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겠다고 내민 상대의 손을 뿌리치다 못해 비틀어서 고통을 주는 격이지요.
먼저 개성공단 폐쇄나 남북당국회담 무산의 경우 문제를 일으키고 걷잡을 수 없이 만든 것은 북한입니다. 개성공단에 총을 찬 군인들이 나타나서 공단에서 철수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북한이고, 남쪽의 자재반입을 막아 조업을 방해한 것도 역시 북한입니다. 당국회담에서도 북한은 남측 통일부차관의 격이 맞지 않는다며 회담을 먼저 보류했습니다.
시론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퍼주기 정책’에 비해 박근혜 정부는 ‘잘주기 정책’을 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잘주기 정책’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아주 잘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보통사람들, 특히 영유아와 임산부, 노약자 등 취약계층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잘주기 정책을 하고자 합니다. 당국간 관계가 경색된다고 해도 동포애 차원에서 정치상황에 관계없이 잘주기 정책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의 호응 여부입니다.
시론은 박근혜 정부가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고 했는데 이 역시 거짓말입니다. 지난 6월 초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65%가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같은 시기에 조사된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높은 것입니다. 그리고 응답자의 75% 정도가 정부의 대북정책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6월 중순의 여론조사에서는 남북당국회담 무산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응답이 63%였고, 남한 정부가 회담의 격식을 강조한 것이 잘했다는 의견도 64%에 달했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지지율 하락에 허덕인다는 북한의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생공영하자는 정책입니다. 북한 당국이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의심을 걷어 내고, 그 철학과 비전을 제대로 이해해서 하루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