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금강산 관광 중단 4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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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7월 11일 동해의 해금강 해변가에서 남한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지 4년이 흘렀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활발한 교류협력이 진행되던 남북관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악화일로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듬해인 2009년 북한이 단행한 장거리미사일과 핵 실험은 남북관계를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박왕자씨 피격은 오늘날 남과 북이 갖고 있는 다른 관점과 입장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국가의 첫 번째 책무로 생각하는 남한에서 박왕자씨 피격과 같은 사건은 북한 당국의 유감 표명 한마디로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문제를 대충 덮고 넘어가는 것은 국민의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한 당국은 북한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요구를 했었습니다. 먼저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공동조사를 제의했지요. 둘째로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죄 없는 선량한 시민을, 그것도 힘없는 여성을, 조준사격에서 죽게 만든 행위는 엄벌을 받아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에 대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요구했습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안심하고 관광객을 다시 보낼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요. 북한이 세 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있는 겁니다.

북한과 같은 독재체제에서 해안초소를 지키던 말단 병사 한 사람의 책임도 묻지 않고 버티는 것은 이 사건이 북한 상층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사건이 일어날 즈음에 평양으로부터 적당한 상대를 골라 사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봐야 하는 거죠. 그렇지 않고서는, 막대한 현금이 보장되는 금강산 관광을 포기하면서까지 북한 당국이 버티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평범한 한 시민의 목숨이 북한에서는 별것 아닐 것입니다. 1990년대 후반 아사자가 속출하고 집집마다 사람이 굶어죽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던 북한 정권 아닙니까? ‘고난의 행군’이란 그럴듯한 구호를 내세워 북한 동포들의 불만을 억눌렀지만, 그 당시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 이듯이, 북한이 겪는 고난은 외부의 위협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이 초래한 순전히 자생적인 내부의 재앙인 것입니다.

한 사람의 국민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굵직한 사업을 중단하는 남한, 수십에서 수백만이 굶어죽어도 미동도 하지 않는 북한, 이것이 남과 북이 지난 65년 동안 벌여 온 체제대결의 결과입니다. 남한의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의 어느 체제가 민족을 더 잘 살게 하는지 선의의 경쟁을 하자며 제의한 그 경쟁에서 남한이 승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바로 박왕자씨 피격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