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북한이 제네바에서 개최된 군축회의에서 의장국의 지위를 맡았습니다. 제네바 군축회의는 1959년에 발족된 10개국 군축위원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세계의 군축문제를 전담하는 유엔 산하 기관입니다. 당시 공산권의 다섯 나라와 자유민주 진영의 다섯 나라가 함께 모여서 시작되었습니다. 수십 년을 거쳐 오면서 중요한 군축조약에 합의하는 등 국제적으로 위험한 무기를 감축하고 규제하는 틀을 정하는 중추기관으로 발전해왔습니다.
현재 남북한을 비롯해서 60개 회원국들이 참여하고 있는 데, 영어 알파벳 순서대로 일 년에 몇 나라씩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맡습니다. 이번에 원래는 쿠바가 의장국이 될 순번인데, 국내 사정으로 순서를 바꿔줄 것을 요청해서, 북한이 앞당겨 의장국을 맡게 된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주권국가가 회의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의장국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자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회원국인 상대 국가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른 국가들이 반대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국제사회의 통념과 상식에 배치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제네바 군축회의의 다른 회원국들이 북한이 순회의장국이 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반발한 것입니다. 북한이 의장국을 한다는 데 대해서 이미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언론의 비판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캐나다 외무부가 북한이 의장국을 맡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고 솔직히 잘못된 일이라면서 이 기간 동안 군축회의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국제사회의 모범적인 평화애호국인 캐나다의 결단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캐나다 외무장관은 군축회의에 불참하는 이유로서 북한은 군축회의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의장국이 아니고 군축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나라라고 꼬집었습니다. 50년인 넘은 군축회의 역사상 돌아가면서 맡는 회장국이 자격이 없다며 회원국이 회의참가를 거부한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마 전 세계의 다른 국제기구를 통 털어본다고 해도 이런 경우는 없을 겁니다.
북한동포 여러분,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북한이란 나라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외톨이, 기피국가를 넘어서 이제는 규정에 보장된 권한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입만 열면, 주권, 주체를 외치는 북한에게 국제사회는 이런 나라는 주권을 보호받을 자격도 없다며 홀대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북한정권이 외치는 강성대국의 실체입니까? 이번 사태는 핵과 미사일, 그리고 3대 세습으로는 강성대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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