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 상층부의 어수선한 권력재편

0:00 / 0:00

지난 7월 15일 일요일에 열린 북한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인민군 총참모장 이영호가 모든 직책을 박탈당했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런 사실을 다음날 신속하게 공표했습니다. 7월 17일에는 전 8군단장 현영철이 차수로 승진했다는 것과, 7월 18일에는 ‘중대보도’를 통해 김정은에게 ‘공화국 원수’ 칭호가 부여되었다는 사실도 발표했습니다. 북한 최고위층의 인사에 관련된 굵직한 소식이 연거푸 나온 것입니다.

특히 이영호 총참모장이 갑작스럽게 해임된 배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영호는 김정일이 죽기 전에 아들 김정은을 군에서 보좌하라며 직접 임명한 사람입니다. 그 덕택에 초고속 출세를 하기도 했지요. 작년 12월 28일 김정일 영결식 때 운구차를 호위하던 4명의 군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것도 맨 앞에서 운구차 반대편의 김정은과 나란히 걸었던 그를 보면서 바깥세상에서는 이영호야 말로 부동의 실세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 이영호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더군다나 유훈통치를 한다는 북한에서 말입니다.

당시 김정일의 운구차를 호위하던 나머지 세 명의 군인 가운데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만 인민무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이고, 나머지 두 명의 운명도 이영호와 그다지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은 3월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김영춘 인민무력부장도 김정각에게 자리를 물려 준뒤 소식이 없습니다. 김정은이 2009년 초 후계자로 지명된 후 북한에서 고위층 20명이 숙청되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한 것처럼 김정은도 선대의 가업을 이어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모양새가 선대에 비해서 너무 서두르고 무모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 민족의 특징은 ‘은근과 끈기’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간다’는 속담처럼,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는 것이 우리 민족의 지혜인데, 김정은 체제의 권력재편은 속전속결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김정은이 이미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요일에 정치국회의를 열어서 이영호를 제거해야 할 정도로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쪽 해석이 정확하던 간에 북한의 현 정세는 우리 민족의 안위에 큰 악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나이 30도 안된 김정은이 한 손에 핵을 들고 설쳐대는 것이나 권력투쟁의 서막이 올라서 평양이 불안한 것이나 모두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은 아닙니다. 김정은의 북한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지만 그의 선대만큼 평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