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조선중앙방송 TV의 보도가 남한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보도의 내용은 김정일이 하사했다는 불고기로 파티를 열면서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북한군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와 사진이었습니다. 포스터에는 '뜨거운 그 사랑에 목메여'라는 문구와 '아 불고기!'라는 감탄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 보도를 접한 남한 국민들은 놀랍고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에서 불고기 먹기가 정말 어렵냐는 질문에서부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의견, 식량난이 정말 심각한 것 같다는 걱정 등 다양했습니다. 우리말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 보도 하나만으로 남과 북의 격차를 새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 군대의 식단 차이는 오늘날 현격하게 벌어진 남과 북의 국력차이 그 자체입니다.
남한 군대는 군인들의 건강과 체력을 고려해서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짜여 진 식단에 따라서 매끼니 식사를 합니다. 전 군대에서 동일하게 사용되는 식판은 보통 플라스틱이나 녹슬지 않는 얇은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는 데, 밥과 국 그리고 반찬 세 가지를 담을 수 있는 표준규격입니다. 밥은 쌀에 보리나 콩 등 잡곡을 섞은 잡곡밥이 대부분이고, 국을 즐겨먹는 우리민족의 식성대로 다양한 국이 제공됩니다.
세 가지 반찬에 항상 빠지지 않는 첫 번째가 김치나 깍두기이고, 둘째는 나물 종류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반찬은 군인들의 단백질 섭취를 돕기 위해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등이 번갈아가며 나옵니다. 지역에 따라서 배급되는 육류의 종류에 약간씩 차이는 있는 데, 예를 들어, 바다에 인접한 해안가 부대에서는 생선이 더 많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족의 명절인 설과 추석, 또 절기별로 우리 민족이 그냥 넘기지 않는 특별한 날에는 말 그대로 특별한 배식이 제공됩니다. 예를 들어, 한 여름의 절기인 초복, 중복, 말복에 남한에서는 닭을 푹 고아서 만든 삼계탕이 유행인데, 이때는 군인들도 부대에서 닭백숙이나 기타 보양식으로 푸짐하게 대접을 받습니다.
이와 별도로, 매일 우유 1개씩이 지급되고, 북한 고위층이 북경에서 비행기로 공수해서 먹는다는 햄버거를 비롯해서 돈까스, 주스, 아이스크림, 컵라면 등이 자주 배급됩니다. 이번에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한 불고기의 경우, 남한군은 매달 여섯 차례에 걸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불고기로 식사를 합니다.
남한의 젊은이들이 군에서 복무하는 시기는 주로 20대인데 남한에서는 이때를 쇠도 씹어 먹을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합니다. 한참 먹어야 할 식성이 좋은 나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나이에 배를 곯던 북한 군인들이 일 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한 불고기를 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남한 동포들의 마음은 착잡함을 넘어서 안타깝고 무거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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